이형택이 9일 2014부산오픈챌린저대회가 열리는 부산 금정구 스포원 테니스코트를 둘러보며 활짝 웃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1999년 제1회 대회 단·복식 우승
- 세계적 스타와 대결 자신감 얻어
- 은퇴 후 복귀무대도 각별한 인연

- 최근 서울오픈 복식 챔피언 계기
- "내 뛰는 모습 후배들이 자극받길"
- 2년 연속 경기 운영 관리 감독도

"부산오픈은 저를 세계적 스타로 키운 자양분입니다. 복식에서 우승해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겠습니다."

돌아온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38)이 9일 부산을 찾았다. 10일부터 부산 금정체육공원 스포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리는 2014부산오픈챌린저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2년 연속 토너먼트 디렉터(Tournament Director·TD)도 맡았다. TD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경기 운영을 관리하는 감독자. 출전 선수가 TD까지 하는 건 이례적이다.

"1999년 제1회 부산오픈 단·복식에서 우승했어요. 그때 세계 무대로 진출할 자신감이 생겼지요. 2009년 은퇴했다가 지난해 5월 부산오픈을 통해 현역으로 복귀했습니다. 부산오픈과 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1년간 몸을 만든 이형택은 지난달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서울오픈 국제남자 퓨처스대회 복식 결승에서 임용규(23)와 조를 이뤄 우승했다. 이형택이 세계 남자프로테니스(ATP) 또는 ITF 주관 대회에서 정상에 선 것은 2008년 11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게이오 챌린저대회 단식이 마지막이다. 복식에서는 2006년 3월 베트남에서 벌어진 로마노컵 챌린저대회에서 우승했었다.

이형택은 서울오픈 복식 우승에 이어 단식에 출전했다가 2회전에서 복부에 통증을 느껴 기권했다. "흉부에 가벼운 부상을 당했어요. 갈비뼈에도 실금이 있는 것 같아요. 수술하면 2, 3주 이내에 완치된다고 합니다. 컨디션을 잘 조절해 부산오픈 복식에는 웬만하면 출전하려 합니다."

이형택은 지난 2월 남자 대표팀 플레잉코치로 임명됐다. 그는 "복귀를 한 진짜 목표는 그랜드슬램 복식 출전"이라고 했다. 그랜드슬램이란 윔블던과 호주·프랑스·US오픈을 말한다. 이형택은 2007년 ATP 단식 세계랭킹 36위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복식 랭킹 981위다.

이형택 은퇴 후 ATP 랭킹 100위 안에 진입한 국내 선수는 없다. 이형택은 "유망주 육성시스템부터 스폰서까지 테니스 선진국에 비해 낙후됐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내가 뛰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야 한다. 한국 테니스 부흥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올해는 삼성증권배 챌린저대회가 열리지 않아 부산오픈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로 우뚝 섰다"며 부산팬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부산오픈은 ATP가 인증한 공식 국제대회. 1999년 국내대회로 출발해 2003년 국제 챌린저대회로 승격했다. 2005년에는 ATP와 ITF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2005년 올해의 챌린저대회상'을 수상했다. 총상금은 7만5000달러. 국내 40여 명을 포함해 33개국 100여 명의 프로선수가 참가해 단식 64경기와 복식 20경기를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