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제1회 최동원상 시상식에서 KIA 양현종(왼쪽)이 최동원 전 감독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가운데는 최동원상 후원사인 BS금융그룹 성세환 회장.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고인 활약상 상영으로 행사 개막
- 어머니 김정자 여사는 연신 눈물
- "오늘의 영광 아들에게 꼭 전할것"
- 야구계 원로·선수 참석 자리 빛내

"제 나이가 올해 여든입니다. (최)동원이가 생전 못 누린 영광을 어미가 다 누리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아들 곁에 가면 오늘의 영광을 꼭 전하겠습니다."

제1회 최동원상 시상식이 열린 11일 오후 BS금융그룹 대강당. 첫 번째 수상자인 양현종(26·KIA)이 무대에 오르자 고(故)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80) 여사는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3년 전 자식을 먼저 보내고 실의에 빠졌습니다.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부산이 내 아들을 기억하고 사직구장에 동상을 세웠습니다. 동원이를 부산으로 오게 해 주신 겁니다." 목이 멘 듯 잠시 한숨을 쉰 김 여사는 "오늘 최동원상 첫 수상자까지 배출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오늘의 영광된 모습을 동원이에게 꼭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인사말을 마친 김 여사는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신임 대표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사회자가 "하루빨리 내분을 수습하고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라는 의미"라고 하자 460여 좌석을 꽉 채운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이날 시상식에는 일본프로야구 정상을 정복하고 귀국한 이대호(32·소프프뱅크 호크스)와 이종운 롯데 신임 감독 등 롯데 선수단 대표 9명도 참석했다.

이날 시상식은 고인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권기우 최동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최동원 선수에 대한 그리움이 '무쇠팔 최동원상'을 낳았다며 "한국 야구의 최고 투수상이 되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최동원상 선정위원장인 어우홍 전 롯데 감독은 고인이 한국 최고의 투수로 활약할 수 있었던 5가지 원동력을 소개했다. 어 위원장은 "최동원은 타자의 성향을 잘 간파했다. 두뇌가 뛰어났다"며 "초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낮게 던지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동원은 제5의 내야수로 불릴 만큼 수비 능력도 좋았다. 퀵모션이 빨라 주자를 묶는 능력도 탁월했다"고 회상했다.

박영길 롯데 초대 감독은 "야구팬들이 투수상을 만든 것은 야구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부산시민은 위대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또 "신임 사장과 단장이 왔다. '제2의 롯데'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며 뼈있는 주문을 했다.

고인과 40년 지기인 이만수 전 SK 감독은 "1973년 친구 동원이를 처음 만났다. 덩치는 작아도 공은 엄청나게 빨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교·대학은 물론 프로에서도 최동원 때문에 늘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며 "비록 지금은 떠났지만,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추억했다.

한편 롯데는 13일 오전 11시 사직구장 4층 강당에서 이창원 신임 대표이사와 이종운 신임 감독의 취임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