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최종안 고사·kt 협상 무산
- "진심으로 다가온 소속팀에 감사
- 스플릿 계약·경쟁 감수하겠다"

- 롯데, 4번 타자 공백에 빨간불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기간 마감일에 황재균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언했다.

	황재균

황재균은 15일 롯데 자이언츠와 면담을 거친 끝에 자신의 오랜 꿈인 MLB 도전 의사를 밝혔다. 롯데와의 FA 계약과 함께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kt 위즈와의 협상도 자동으로 무산됐다. 앞서 롯데는 최종 제시안까지 보였지만 황재균이 이날 거절 의사를 밝혔다.

황재균은 "2015년 MLB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도전을 허락해주고, 지난해 FA 선언 이후에도 진심으로 다가와 준 구단에 감사한다. 제시 받은 좋은 조건과 편안한 환경에서 팀을 위해 뛰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어린 시절부터 꿈인 미국 진출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재균은 지난해 11월 팀의 마무리 훈련 기간에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며 MLB 구단들을 상대로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일종의 쇼케이스 격이었던 이날 20개 구단에서 30여 명의 에이전트와 구단 관계자가 현장을 찾았다. 황재균은 2015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 차례 빅리그 문을 두드렸으나, 실패한 뒤 이번에는 FA 신분으로 도전을 이어간다.

황재균이 가야 할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밀워키 브루어스 등이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했는데, 모두 MLB 보장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우처럼 스플릿 계약(MLB와 마이너 신분일 때 조건을 따로 두는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 롯데 소속 국내 선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중심 타선에 위치했던 황재균은 2010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타율 0.321로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15년 홈런 26개에 이어 지난해 27개로 장타력도 상승했다. 특히 지난 시즌 타율 0.335 113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서 유일한 목표를 '황재균 잔류'에 두고 그의 MLB 진출 시도와 국내 협상 움직임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붙잡는 데 실패했다. 롯데 관계자는 "선수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MLB 구단의 불리한 계약 조건이나 경쟁도 감수하려고 해 이를 존중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롯데는 다음 시즌을 앞두고 당장 4번 타자와 주전 3루수 공백을 메워야 할 상황이다. 지난 8일 영입 발표한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3루수(313경기)로 뛰었기 때문에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 3루를 맡기도 했던 오승택과 손용석 등 팀 내에서 성장을 기대하는 유망주도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외국인 선수 번즈를 비롯해 팀 내 3루 자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켜본 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