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우 감독 "시즌 전 결정 다행"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가 교체되며 들락날락한 프로농구 부산 kt의 기운이 사직체육관에서 야구장으로 옮겨온 것일까. 프로야구 개막전을 치르기도 전에 외인 전력에 구멍이 생긴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7일 임의탈퇴 공시된 롯데의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은 가족의 건강 문제로 미국으로 향한 '린동원' 조쉬 린드블럼(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을 대신할 막중한 임무를 가졌다. 크지 않은 계약 규모와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샀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고 시범경기에도 한 차례 등판하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정작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구위와 실력이 아니라 개인적인 가정사였다.

구단 측에서는 그동안 마켈이 시차 적응 실패로 인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새벽까지 미국 현지의 가족과 통화하느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디션 조절에도 영향을 받은 마켈 본인이 고민 끝에 구단에 계약 해지 의사를 요청했고, 이전부터 마켈의 적응 문제를 두고 우려했던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거쳐 그를 내보내는 방향으로 최근 결정했다.

롯데의 외국인 교체 잔혹사는 과거부터 이어졌다. 1998년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후 롯데에서는 지금까지 12번의 시즌에서 부상 또는 기량 미달 등의 이유로 외인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교체한 사례도 마켈을 포함, 네 차례에 이른다.

당장 선발진 구성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스프링캠프에서만 모습을 보인 가장 최근 사례는 2013년 스캇 리치몬드였는데, 당시 대체로 영입한 선수가 크리스 옥스프링 현 롯데 2군 투수코치다. 옥스프링은 그해 13승을 올렸고 이듬해까지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선발진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마켈에 대해 "시즌 전에 결정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외국인 투수가 오길 바라면서 버텨야 한다"고 전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