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서 가진 첫 공식적 A매치
- 김정미 선방·장슬기 득점 활약
- 대표팀, 강호 북한과 1-1 비겨
- 홍콩·우즈벡전 다득점 승리 땐
- 조 1위로 아시안컵 본선 진출

'평양 원정'에 나선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이 걸린 남북 대결에서 골키퍼 김정미의 선방과 장슬기의 동점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1990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27년 만에 평양에서 치러진 첫 남북 축구 대결이다. 당시는 남자팀 간의 대결로, 여자축구가 남북 대결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또 공식적인 A매치를 치르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선수로 뛰었던 윤덕여 감독은 이번에는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다시 평양을 찾았다.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한국의 장슬기(오른쪽 다섯 번째)가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지소연(10번) 등 동료들과 포옹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북한과의 경기에서 비기며 남은 경기 다득점 등을 따져 본선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 한국과 북한 외에 B조에는 우즈베키스탄(42위) 인도(56위) 홍콩(65위)이 한 조에 묶여 풀리그를 치른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과 북한 가운데 한 팀이 조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조 1위만 내년에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고 또 여기서 8개 팀 중 5위 안에 들면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앞서 한국은 인도에 10-0 승리를 거뒀고 북한은 인도를 8-0, 홍콩을 5-0으로 제압했다.

FIFA 랭킹 17위 한국은 10위인 홈팀 북한과 맞붙어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관중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이날 유영아(구미스포츠토토)가 원톱 공격수로 나서고 지소연(첼시레이디스)과 이민아(인천현대제철)가 양쪽 날개의 이금민(서울시청), 강유미(화천KSPO)와 함께 2선을 받쳤다. 주장 조소현(인천현대제철)은 혼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경기 조율을 맡았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북한에 결정적인 슛을 내줬으나 골포스트를 맞아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석연찮은 이유로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해 실점 위기를 맞았다. 북한 위정심이 골대 왼쪽으로 낮게 깔아 찬 공을 골키퍼 김정미가 잡아냈다. 선방에 이어 달려든 북한 선수와 가볍게 충돌이 일어나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큰 위기를 넘겼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한국의 문전을 위협했다. 한국은 북한에 밀리지 않고 주도권 다툼을 벌였으나 전반 막판 추가시간에 골을 허용했다. 북한은 속공을 펼쳐 리경향이 찔러준 공을 성향심이 이어받아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골키퍼 김정미까지 제친 성향심은 오른발 슛으로 한국의 그물을 흔들었다.

윤덕여 감독은 후반 11분 이민아 대신 이소담을, 후반 23분 유영아 대신 전가을을 투입하며 체력 안배와 함께 반전을 노렸다.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북한의 공격에 고전하던 한국은 후반 30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북한의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파고든 장슬기가 날린 슛이 수비수를 맞고 방향이 바뀌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은 추가골을 노리고 거센 공세를 펼쳤으나 한국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1-1로 경기를 마치며 승점 1점을 수확했다. 한국은 남은 홍콩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다득점으로 조 1위에 도전한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