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주대 물리치료과 등 40여 명
- 참가자들 마사지 해주며 봉사

- 모친 몰래 대회 신청한 외국인
- 스님은 초콜릿 나눠 주기도

내리쬐는 햇볕과 마주 부는 바람도 참가자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1만8000여 명의 선수는 국적을 불문하고 함께 달리는 기쁨을 나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노력도 빛났다.

	14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 2017 부산하프마라톤 대회 하프 코스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이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번 대회는 학교 단위로 참가한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달리는 모습이 흔하게 눈에 띄었다. 학생과 교사 330여 명이 함께한 동아고 부스 앞에는 숫자 모형의 풍선들이 하늘 높이 솟았다. 교사들은 마라톤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페이스 메이커를 자청했다. 단체로 10㎞ 코스에 참가한 이들에게 풍선 6은 60분대, 7은 70분대 완주를 의미했다. 마라톤에 처음 참가한다는 동아고 1학년 전호준 군은 "걱정보다 기대가 앞선다. 완주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초반에 무리한 나머지 부상을 입지 않도록 안내하며 달렸다. 동아고 이병호 인솔교사는 "매일 책과 씨름하기 바쁜 학생들에게 낯선 경험이겠지만, 난관을 극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할 만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함께했다. 프랑스 출신의 기욤 막스(37·경남 거제) 씨는 자신을 응원하는 아내와 아이 4명의 손을 잡고 출발 전 인사를 나눴다. 2주 전 다른 대회에서 5㎞를 함께 뛴 둘째 딸 로메인(6)이 칭얼댔지만 "오늘은 혼자서 하프코스를 뛰기로 해서 같이 못 한다"며 달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영어강사 하네스 베이스타이젠(29·경북 경주) 씨는 고국에서 날아온 어머니 댈린(54) 씨 모르게 대회 참가를 신청해 함께 달렸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댈린 씨가 오히려 5㎞ 코스 여자부에서 4위를 차지하자 하네스 씨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대회 진행을 돕는 이들도 빛났다. 동주대 스포츠재활과·물리치료과 학생 40여 명은 스포츠마사지 봉사에 나섰다. 자발적으로 부스를 마련하고 참가자들의 워밍업을 도운 지 올해로 5년째다. 부스 앞은 뭉친 근육을 풀고 최고의 레이스를 준비하려는 참가자들로 붐볐다. 참가자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에 깜짝 놀랐다. 경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참가자들을 맞았다. 첫 봉사활동에 나선 동주대 김태현(스포츠재활과1) 씨는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로 남을 돕는다는 게 뜻깊은 경험이다"며 웃어 보였다. 이번 대회는 학생들에게 소중한 실습의 장이기도 했다. 동주대 한성유(스포츠재활과) 교수는 "학생들이 이번 대회 같은 외부활동에서 가진 기능과 능력을 스스로 발휘하며 봉사와 함께 학습하는 기회도 가진다. 어느덧 학과 전통으로 자리매김한 스포츠마사지 봉사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안정적인 레이스를 도운 페이스 메이커와 안전을 책임진 레이스 패트롤도 한몫했다. 막달리자 마라톤 클럽은 2002년부터 회원들이 대회마다 페이스메이커로 나서고 있다. 안신희 부회장은 "클럽 소속 선수들이 많은 만큼 마라톤 경험이 적어 잘 뛰지 못하는 참가자들과도 함께한다는 의미가 크다. 능력에 맞게 목표시간과 페이스를 맞출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전했다. 승복을 입은 채 스프레이파스와 초콜릿을 든 주머니를 맨 승지 스님(창원 성불사)은 경기 도중 부상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사고 없이 대회가 마무리되도록 안전을 기원하면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협 찬 : 센터폴, BNK 부산은행,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 부산항만공사, 부산도시가스, 부산농협, 동서대학교, 경남정보대학교, 부산도시공사, 포스코건설, 한국선급

▶물품협찬 : 순수365, K water, 한국건강관리협회, 해운대그랜드호텔, 르까프, 농협부산경남유통, 에어부산, 다이아몬드베이, 호텔농심, 롯데칠성음료(주), 롯데제과, 비락

김봉기 박장군 배지열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