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루에는 (최)준석이가 나갑니다. 지명타자는 (이)대호고 (김)상호가 3루 볼 거에요."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6차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을 만난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이날 기용할 선수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타순에는 3번 지명타자 최준석과 4번 1루수 이대호가 전광판에 표시됐고 1회초 공격도 순서대로 진행됐다.

문제는 최준석이 1루수 글러브를 끼고 수비에 나선 1회말 발생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이 심판진에 이 문제를 어필했고 4심이 의논한 끝에 결국 이대호가 라인업에서 빠졌다. 1루수 이대호를 롯데가 교체한 것으로 간주해 규정상 지명타자 자리를 남은 야수인 투수 노경은이 메워야 했다. 롯데 관계자는 "출전 선수 명단을 작성하고 제출하는 과정에서 현장 커뮤니케이션 실수가 있었다. 제출한 명단에는 이대호가 1루수로 돼 있었다. 1루수 기용에서 지명타자 기용으로 바꾼 부분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선발 라인업 표기 오류라는 실수를 저지른 롯데는 넥센을 상대로 1-2로 역전패당했다. 시즌 첫 선발투수로 나선 노경은은 7회말 무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승리 요건을 갖췄지만 이후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아 오히려 패전을 떠안았다. 최종 성적은 6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후 289일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로 호투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석에도 들어선 그는 4회와 6회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롯데 타선은 처음으로 맞붙는 넥센 외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을 상대로 8회까지 꽁꽁 묶였다. 전준우가 1회초 시즌 9호포이자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선두타자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아내며 앞서갔지만, 이후 4회부터 3이닝 연속 병살타가 이어지며 좀처럼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롯데가 달아나지 못한 사이 7회 노경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장시환이 폭투와 적시타로 역전을 허용하며 KIA 타이거즈와 홈 3연전 싹쓸이 패배 이후 4연패 늪에 빠졌다.  배지열 기자

▶고척(16일) 롯데  100 000 000 1 넥센  000 000 20X 2 ▷승=브리검(3승 1패) ▷세=김상수(1패 7세이브)  ▷패=노경은(1패) ▷홈런=전준우 9호(1회1점·롯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