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격하는 입장 편해, 후회 없는 레이스 하겠다”

“그 선수와의 대결에서 승산이 있습니다. ‘평창은 내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가 12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500ｍ에 출전해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ｍ의 ‘여제’ 이상화(29)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정상에 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상화가 말한 ‘그 선수’는 세계랭킹 1위 고다이라 나오(32·일본)이다.

이상화는 12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 500ｍ에서 38초21로 우승했다. 마지막 6조 인코스에서 출발한 이상화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평창올림픽 대표 김현영(성남시청)이 38초84로 2위를 차지했다.

이상화가 경기 전 몸을 푸는 장면.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36초대에 진입했던 이상화는 이날 기록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38초55 정도를 예상했었다. 내심 국가대표 선발전 기록(38초 52)보다 안 나오면 어쩌다 걱정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라며 웃었다.

이날 이상화는 모처럼 인코스에서 뛰며 초반 100ｍ를 10초50에 통과했다. 인코스가 오랜만이라 처음에 아웃코스에 서기도 했다.

이상화는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첫 출전은 고등학교 때 출전했던 2006 토리노올림픽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과 2014 소치올림픽에서 여자 500ｍ 2연패에 성공한 그는 평창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토리노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밴쿠버 때는 3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로 나갔다”고 돌아봤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말만 들어도 울컥한다는 이상화는 “지금도 목표는 금메달이지만 욕심이 많으면 실수할 것 같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소치를 앞두고 이상화는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지금은 한 계단 아래에서 고다이라 나오를 추격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다고 덧붙였다.

고다이라 나오의 이름 대신 줄곧 ‘그 선수’라고 부르고 있는 이상화는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7번을 그 선수와 탔다. 매번 그 선수가 내 앞에 있었다”며 “좀 더 보완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ｍ에서 37초48의 기록을 냈던 이상화는 “강릉 경기장이 나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예년 대회처럼 두 번의 레이스가 아니라 한 번의 레이스로 승부를 내는 평창올림픽 방식도 더 좋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폐막일에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맞는 이상화는 “밴쿠버 때는 올림픽 기간에 생일을 맞았다. 소치 때는 귀국 기내에서 생일을 맞았다. 폐막일에 생일을 맞아 더욱 의미가 있다”고 웃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