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ｍ 기록은 0.06초 빨랐지만
- 잇단 부상에 막판 스퍼트 못 해
- 37초33으로 1위에 0.39초 뒤져
- 김현영 12위·김민선 16위 기록

이상화(29)의 초반 100ｍ 스타트 기록은 10초20였다. 앞서 뛴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3)의 10초26보다 0.06초나 빨랐다. 금메달이 기대되던 순간,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이상화가 약간 삐끗했다. 1000분의 1초에 순위가 갈리는 500ｍ 단거리에선 치명적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는 잠시 눈물을 흘리더니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그렇게 ‘여제’의 아름다운 질주는 마무리됐다.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가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화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며 레이스를 펼쳤다.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ｍ 경기에서 이상화는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1위 고다리아(36초95)에 0.39초 뒤진 기록이었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상화보다 고다이라의 우세를 점치는 전망이 훨씬 많았다. 오스트리아 도박사이트 ‘비윈’이 경기 전 공개한 금메달 배당률에서 고다이라와 이상화는 각각 1.35배와 4배를 각각 받았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우승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러한 전망의 밑바탕에는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고다이라가 보여준 성적이 깔려 있었다.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2016년부터 24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반면 이상화는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이상화가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무려 7년 만이었다.

2015년까지 고다이라는 이상화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상화는 2010 밴쿠버올림픽과 2014 소치올림픽을 잇따라 제패했다. 2013년에는 36초36의 세계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고다이라는 소치올림픽이 끝나자 ‘빙속 강국’인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기량 향상을 위해 식습관까지 바꾼 고다이라는 지난 시즌부터 500ｍ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고다이라에 밀려 ‘2인자’로 내려 앉은 이상화도 절치부심했다. 고다이라와의 기록 차이도 크게 줄였다. 이상화는 500ｍ에 전념하기 위해 평창올림픽 1000ｍ 출전권도 반납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의 기량을 유감 없이 발휘했지만 아웃코스를 배정받은 이상화보다 인코스를 배정받은 고다이라가 더 유리했다. 과거 아웃코스를 선호하던 이상화는 왼쪽 무릎 부상과 오른쪽 종아리 통증에 시달린 뒤에는 마지막 곡선주로 주파에 부담을 느껴 인코스 스타트를 선호했다. 이상화는 경기 직후 “초반 100에서 제가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런 속도를 너무 오랜만에 느껴서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화와 함께 출전한 김현영(24·성남시청)과 김민선(19·의정부시청)은 각각 12위(38초25)와 16위(38초53)에 올랐다.

평창=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