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 어느팀이든 신경 안쓴다
- 휴대전화도 차단 훈련에 집중
- 컬링 인기 높은 줄 처음 알아”
“컬링 인기요? 그렇게 높아요?”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자 응원을 보내준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컬링 전사들은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모른다. ‘외부 세계’와 차단된 탓이다.
‘빙판 위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정신력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태극전사들은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인터넷으로 외부 소식을 접하다 보면 ‘악성 댓글’에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컬링 인기가 높아진 것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처음 알았다”고 할 정도다.
마늘이 유명한 경북 의성 출신으로 구성된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크호스를 넘어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세계랭킹 8위인 우리나라는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6차전에서 5승 무패를 달리던 세계 5위 스웨덴을 7-6으로 제압했다.
5승 1패로 스웨덴과 공동 1위에 오른 한국은 4강 플레이오프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컬링 10개 참가국은 예선에서 한 차례씩 맞붙고 상위 4위 안에 들어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1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4위와 결승행을 겨룰 수 있어 메달 사냥에 더 유리하다.
여전사들의 기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2014 소치올림픽 챔피언 캐나다는 물론 스위스(2위) 영국(4위)과 2017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중국(10위)도 꺾었다. 우리나라에 패배를 안긴 팀은 일본(6위)뿐이다.
김민정 감독은 이날 ‘강팀에 강한 이유’를 묻자 “상대는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일종의 ‘무시 전략’이다. 김 감독은 “우리의 성장은 결국 경험과 경쟁에서 나왔다. 국제무대에서 강팀들과 상대하면서 ‘우리의 문제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흔들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년 전부터 우리는 상대가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는 정신력 훈련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일본전 패배는 쓴 약이 됐다. 서드 김경애는 “일본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게 패인이었다. 그래서 다음 경기부터는 내 샷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여자 컬링은 미술 치료와 심리상담으로 경기 중 마음을 다스리는 법까지 익혔다.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인 결과 ‘강팀 저격수’가 된 것이다. 한국 여자 컬링은 20일 오후 2시5분 세계랭킹 7위 미국과 예선 7차전을 갖는다.
한편 김창민 스킵이 이끄는 남자 컬링 대표팀은 19일 예선 7차전에서 세계랭킹 13위 이탈리아를 8-6으로 꺾고 2승(5패)째를 수확했다. 남자 대표팀은 20일 스위스에 이어 21일 일본과 예선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수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