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많이 벌면 더 많이 기부할 것”

- 거인들 늦도록 실내훈련 삼매경

“배에 힘줘.” “집중해! 집중!”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신본기(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3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문비치호텔 내 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의 카네다 돔. 롯데 자이언츠 박정환 코치의 고함이 멈추지 않았다. 이날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SK 와이번스와의 연습경기가 폭우로 취소되자 더 힘든 실내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인들이 흘리는 땀도 비만큼 흘러 넘쳤다.

타자들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른 아침 카네다 돔으로 이동해 배팅볼을 그물로 날렸다. 야수들은 박 코치의 펑고에 녹초가 됐다. 땅에서 크게 튀어 오르거나 애매하게 뜬 공을 놓치면 바로 ‘토끼뜀’ 벌칙을 수행했다. 한쪽에서는 송구와 수비의 기본자세인 스쿼트 자세로 오래 버티는 훈련도 진행된다.

어둑어둑해진 시간에도 훈련은 계속됐다. 카네다 돔에서 숙소인 문비치호텔 체육관으로 이동한 선수들은 이영준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야간 훈련에 돌입했다. 오후 7시가 되자 포수 나원탁과 외야수 나경민이 가장 먼저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어깨 부위를 단련해야 하는 두 선수는 TRX(줄에 손잡이가 매달린 형태의 운동 소도구)를 먼저 잡았다. 한쪽에서는 내야수 오윤석과 전병우가 무거운 덤벨을 손에 들고 짐볼 위에 한 발씩 올리며 하체 근육을 단련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금세 옷이 땀으로 젖었다.

이 코치는 요즘 고민이 많다. 예년에 비해 개막전 일정이 빨라진 탓에 선수들의 몸 만들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벌크업보다 경기에서 자주 사용하는 잔근육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비시즌에 맞춤형 프로그램을 나눠줬는데 각자 잘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누가 가장 준비를 잘했느냐고 묻자 이 코치는 신본기를 꼽았다. “부상 방지와 유연성 향상을 위해 필라테스를 추천했는데 열심히 했다”고 귀띔했다.

신본기는 연습경기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 올해 비공식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다. 4일 자체 청백전에서는 유격수로 나서 중견수 방면으로 향하는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내는 호수비로 박수를 받았다.

‘기부왕’으로 잘 알려진 신본기는 “사실 기부나 봉사한 것이 모두 소소한 데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져 민망하다. 돈 많이 벌어서 더 많이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결혼을 해서 책임감이 더 크다. 연습경기의 컨디션을 시즌 중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코치는 “타격과 수비까지 훈련해야 하는 야수들이 늦게까지 고생한다”고 전했다. 4일에도 오키나와 롯데 전지훈련 장에는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오키나와=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