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 자이언츠 팬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어쩌면 성적 부진이 아니라 속칭 ‘꼴리건’이 저지르는 도 넘는 만행일지 모른다. ‘꼴리건’은 다른 팀 팬들이 롯데 팬들을 비난할 때 부르는 말로 꼴찌 롯데를 뜻하는 ‘꼴데’와 ‘훌리건’의 합성어다. 여기서 ‘훌리건’은 난동을 부리는 광적인 무리를 일컫는다.

	이대호 치킨 사건, 강민호 유니폼 사건. 사진=국제신문 DB, 커뮤니티

지난 18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 14년간 롯데에서 뛰다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강민호가 ‘파란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상대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강민호는 헬멧을 벗고 롯데 팬을 향해 인사를 했고, 팬들은 이에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하지만 일부 롯데 팬은 도를 넘는 행동으로 강민호를 비난했다. 이들은 경기장 밖 삼성 선수단 버스 앞바닥에 ‘피를 바꾼 선수에게 용서는 없다’는 문구와 놓고 파란색 물감을 묻힌 강민호 선수의 롯데 시절 유니폼 6벌을 버렸다. 이는 강민호가 삼성 이적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피를 바꿨습니다 저는. 벌써 푸른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라고 한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은 SNS를 통해 곧바로 퍼졌고, 일부 누리꾼은 모든 롯데 팬을 싸잡아 ‘꼴리건’이라 비난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날(19일)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 팬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강민호 유니폼을 입고 온 김다예(25, 부산 덕천동) 씨는 “강민호 선수가 푸른 피가 흐른다고 한 말은 농담으로 웃어넘기면 되는데 도가 지나친 것 같다. 그건 올바른 팬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롯데 열혈팬으로 잘 알려진 배신규(58, 부산 주례동) 씨는 “야구 팬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이다.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우리까지 욕을 다 들어먹는다”며 하소연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강민호는 “제 유니폼이 바닥에 던져진 모습을 봤는데 그분들도 유니폼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저를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유니폼은 다르지만 똑같은 야구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분들도 나중에는 저를 응원해 주지 않을까”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앞서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도 봉변을 당했다.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NC전을 마치고 퇴근하던 길에 누군가가 던진 치킨 상자에 등을 맞았다. 롯데 팬으로 추정되는 이 사람은 그 자리에서 달아났고, 이대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장면이 찍힌 영상은 SNS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