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반 옐라치치 광장.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이 프랑스의 승리로 끝나자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국기로 서로의 눈물을 닦아줬다”고 표현했다.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관전한 로베르트 젤리코(31)는 “무척 슬프다. 내일도 슬플 것이다. 그래도 큰 꿈을 꾸게 해 준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단 버스에 붙은 슬로건이 바로 ‘작은 나라, 큰 꿈(MALA ZEMLJA. VELIKI SNOVI)’이다. 세계 축구팬들도 인구 416만 명인 나라 선수들이 보여준 ‘불꽃 투혼’에 감동했다.
크로아티아는 아직도 내전의 상흔이 남아 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낮다. 청년 실업률은 30%를 웃돈다. 골든볼을 수상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도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가족과 피란 생활을 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힘든 조국을 위해 한발 더 뛰었다. C조에서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아이슬란드를 격파하고 당당히 16강에 올랐다. 16강전(덴마크) 8강전(러시아) 4강전(잉글랜드)에선 3경기 연속 연장전까지 120분을 소화해 ‘발칸 전사’의 진가를 보여줬다. 결승전 상대인 프랑스보다 무려 90분을 더 뛴 것이다.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고 월드컵 결승에 오른 팀은 크로아티아가 유일하다.
크로아티아는 늘 그랬듯 초반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골문을 노렸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과 이반 페리시치의 핸드볼 파울에 따른 페널티킥 실점에도 마지막까지 역전의 꿈을 놓지 않았다. 알렉산더 세페란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인구 400만 명의 나라가 기적을 일궜다”고 찬사를 보냈다. 프랑스(6523만 명)는 크로아티아보다 인구가 15배 많다. 국내총생산(GDP)은 47배 많은 강대국이다.
크로아티아는 자그레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귀국 환영행사를 연다. 결승전을 앞두고 크로아티아 정부 내각은 축구 유니폼을 입고 회의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