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계체전·소년체전·하계체전 등
- 3개 대회 ‘출전 그랜드슬램’ 달성
- 기준 기록에 못 미치는 성적에도
- “생각보다는 잘 달려서 만족해요”

17일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10㎞ 로드레이스 결승전이 열린 전북 익산 공설운동장. 고교생 4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골인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부 유망주인 김지민·정마리아·정창희(이상 부산진여고 1)와 남자부 박주은(대연고 1)이었다. 겨울엔 스키를 타고 여름엔 달리는 그들의 도전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로드레이스 10㎞에 부산 대표로 출전한 (밑에서 시계방향으로) 박주은 김지민 정마리아 정창희. 이들은 겨울 스포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이기도 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2002년생 동갑내기 4인방은 이날 성적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6월 부산 대표 선발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로드레이스 완주였기 때문이다. 세 여고생은 모두 기준 기록인 45분 이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박주은은 37분40초로 83위를 기록했다. 박주은은 “예상보다 기록이 좋아 만족한다”며 웃었다.

네 선수의 주 종목은 겨울 스포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다. 정마리아·정창희와 박주은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국내 3대 이벤트(전국체전·동계체전·소년체전)에 모두 출전하는 이색 기록도 이날 세웠다. 여고생 3명은 올해 1월 열린 동계체전에서 여자 중등부 15㎞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정마리아는 클래식 5㎞·프리 7.5㎞와 복합 종목까지 1위에 올라 4관왕을 달성했다. 정창희는 “어릴 때부터 큰 대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김지민은 “동계체전은 출전선수나 개막식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전국체전에는 박태환(수영)을 비롯해 스타플레이어가 많더라. 개막식도 화려했다”고 전했다.

부산스키협회에 등록된 학생 선수는 학년별로 대부분 1명씩일 만큼 저변이 얇다. 유독 2002년생만 4명이다. 정마리아는 “서로 같은 운동을 하는 만큼 이야기가 통한다. 학교나 성이 달라도 운동할 때만큼은 서로에게 도움과 자극을 동시에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활발한 성격의 박주은과 정창희는 인터뷰 내내 쉬지 않고 서로를 꼬집으며 장난을 쳤다.

정창희는 “처음 (박)주은이가 들어왔을 때 여자로 표시가 돼 있어서 ‘친구가 3명이나 더 있네’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더라”고 회상하자 박주은이 “그래서 실망했다는 거네”라고 놀렸다.

김지민은 “(박)주은이의 첫인상은 ‘시끄러운 아이’였다. 운동만큼은 잘한다”며 웃었다.

4인방은 다음 달 일본 홋카이도로 한 달간 전지훈련을 떠난다. 윤설호 부산스키협회 총감독은 “오는 12월에 입국하면 강원도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내년 동계체전이 100회를 맞는데 일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4인방은 “동계체전에서 꼭 더 좋은 기록과 성적을 내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익산=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