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로건, 출국 직전 사직 들러
- 홈 팬들에 감사와 작별 인사
- DB 윌리엄스는 늘 궂은일 앞장
1997년 리그 출범 이후 ‘먹튀(먹고 튀기)’ 논란이 일었던 프로농구판에 ‘개념 용병’이 뜨고 있다. 팀에 해가 될 수 없다며 스스로 퇴단을 제안하거나 출국 전날 홈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려 먼 길을 달려오는 선수까지 등장했다. 실력에 더해 헌신적인 마인드까지 갖춘 외인들은 프로농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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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프로농구판에 실력과 인성을 갖춘 ‘개념 용병’들이 뜨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머피 할로웨이(전 인천 전자랜드), 리온 윌리엄스(원주 DB), 데이빗 로건(전 부산 kt). 연합뉴스 |
지난 27일 머피 할로웨이는 소속팀 인천 전자랜드와 눈물로 작별했다. 급작스런 면담 요청이 계기였다. 할로웨이는 구단에 “부상으로 신체 밸런스가 깨져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수 없는 상태다. 몸 상태가 양호한 다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그는 무리한 출전이 팀과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될 거란 얘기도 꺼내며 끝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구단은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할로웨이의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20년간 프런트로 있으면서 기량이 떨어진다고 팀을 떠난다는 선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그의 뜻을 존중해 결국 용병 교체를 단행했다. 할로웨이 올 시즌 17경기에 나와 평균 18.2점 리바운드 13.1개(전체 5위)의 족적을 남겼다.
개념 용병의 원조는 부산 kt의 가드였던 데이빗 로건이다. 그는 불과 열흘 전까지 이번 시즌 kt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양궁 농구’의 척추로 맹활약했다.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쳐 전치 8주 진단을 받은 그는 결국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로건은 출국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돌연 서울에서 부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kt가 이미 새 용병 영입에 착수한 터라 그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로건은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시종일관 경기를 주시하며 코트 위 동료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는 “처음 한국 농구를 경험했다. 덕분에 재미있었고 좋은 경기를 많이 했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건넸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면모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kt는 아직도 ‘로건앓이’ 중이다. 로건의 이탈과 함께 가드진이 초토화됐고, 새로 온 스테판 무디가 첫날부터 부상을 당해 또다시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내홍을 겪고 있다. 로건만큼 이별이 아쉬운 용병은 없었다는 게 구단의 속내다. kt가 내년 2월 11일까지 부상 공시된 로건의 치료에 최선을 다하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이유다. kt 관계자는 “로건은 회복 때까지 우리 선수이기에 구단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때 다시 kt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 그만큼 좋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원주 DB 센터 리온 윌리엄스도 마음가짐이 남다른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는 올 시즌 세 번이나 유니폼을 갈아입은 끝에 시즌 초반 DB와 완전히 계약했다. 콧대 높은 용병들과 달리 신인의 자세로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윌리엄스는 “나의 궂은일로 동료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선수에게 이기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