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수 오버래핑 위협 못 주고
- 측면 단조로운 공격에만 의존
- 피로 쌓인 손흥민 몸놀림 저하
- 카타르전 전술 다변화 꾀해야
59년 만에 아시안컵 제패를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우승 가도에 빨간불이 커졌다. 바레인에 진땀승을 거둔 끝에 8강에 진출했지만 경기력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선수 기용 변화 등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로 겨우 이겼다. 연장 전반 김진수(전북)의 극적인 결승골로 가까스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완승을 거둔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과 달리 시종일관 답답한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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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 연장전에서 황의조가 헤딩슛을 하기 위해 점프하고 있다(왼쪽 사진). 손흥민이 바레인 진영을 돌파하는 모습. 연합뉴스 |
■좌우 윙백 ‘아몰랑’ 크로스 남발
좌우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을 축으로 한 공격 시도는 자충수로 돌아왔다. 바레인은 측면 공간을 대표팀에 훤히 내준 대신 문전 앞에 잔뜩 웅크렸다. 홍철(수원)과 이용(전북)은 각각 좌우 측면 후방에서 전방까지 큰 압박 없이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에 가담했다. 하지만 정작 중앙에는 빈틈이 없어 전방 원톱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슈팅으로 연결 짓기에는 공간과 여유가 부족했다. 여기에 크로스마저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경기 내내 실효성이 떨어졌다. 2 대 1 패스나 침투 패스로 밀집된 중앙 수비에 균열을 준 뒤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나갈 수 있었지만 잦은 패스 미스가 겹치며 이마저도 무산됐다.
황희찬(함부르크)의 선제골과 김진수의 결승골 모두 이용의 크로스에서 시작됐지만, 전·후반 내내 측면에 의존한 벤투호의 공격은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벤투 감독은 경기 직후 “연계도 좋지 않았고 쉬운 패스도 자주 끊겼다. 점유율 축구를 펼치는 상황에서 실수가 반복되면서 어렵게 경기를 했다”고 자평했다.
■헉헉댄 손흥민과 기성용의 빈자리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컨디션 난조도 바레인전을 힘겹게 끌고 나간 주요인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전방과 측면에서 공격을 주도했던 지난 중국전과는 몸놀림이 확연히 달랐다. 무엇보다 장기인 볼 터치가 둔탁해 토트넘에서 보였줬던 창의적인 슈팅 시도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이 됐다. 바레인 수비 견제에 힘겨워 하며 문전 앞에서의 날카로운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소속팀에서 3, 4일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렀고,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 합류 이틀 만에 중국전에 선발로 뛰었다. 중국전 이후 6일을 쉬었지만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이스 손흥민의 부진은 팀 전체의 경기력 난조로 이어졌다. 중원에서 패스 미스가 이어지며 상대에 역습을 허용했다. 팀의 구심점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줄 ‘중원의 사령관’ 기성용(뉴캐슬)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정우영(알 사드)과 황인범(대전)이 중원에서 기성용의 역할을 나눠 맡았지만 공수를 조율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손흥민의 공격력이 회복되지 않고 기성용이 빠진 중원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벤투호는 8강전에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선수 기용 ·공격 전술 다변화 과제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오른 벤투호는 공격 전술을 다변화해야 할 과제를 받아 들었다. 윙백의 오버래핑과 손흥민의 공격에만 의존하기에는 카타르의 수비벽이 견고하다. 카타르는 조별리그부터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이변이 없는 한 8강전에서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그대로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옷을 입어도 라인업에 변화를 주면서 반전의 발판을 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다행히 벤투호에는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버티고 있다. 이승우는 이날 후반 막판에 조커로 투입돼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측면 대신 중앙에서 오밀조밀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위협적인 슈팅을 선보였다. 특유의 파이팅이 철철 넘쳤다. 벤투 감독이 이승우를 투입하며 기를 살려준 만큼 8강전부터 새로운 반전드라마를 쓸 가능성도 높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좌우 윙백도 재정비 대상이다. 이날 역전 결승골을 넣은 김진수와 중국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이용을 대신해 선발 출전했던 김문환(부산)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