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소년 육성 고인의 뜻 받들어
-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 열어
- 지역 16개 팀 4개조 한판승부
- 선수·학부모 등 500여 명 참가
“자, 경기 뛰고 싶은 사람 손~.” “저요 저요, 저도 뛰고 싶어요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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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부산 을숙도 체육공원축구장에서 제3회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26일 따스한 햇살이 감싼 부산 을숙도 체육공원 축구장.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는 선수들이 고사리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호명된 선수는 의기양양하게 축구화 끈을 동여맸고, 나머지는 입이 삐죽 튀어나온 채 벤치 의자에 앉았다. 그래도 더 이상의 불만은 없다. “너네 모두 후반전에 들어갈 거니까 준비해.”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어른들의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열린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 및 장학금 전달식’은 축구 꿈나무들의 축제였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고 정용환 전 부산시축구협회 기술이사를 기리기 위해 모인 ‘정용환 꿈나무 장학회’가 마련한 대회로 3회째를 맞았다. 장학회는 고인의 뜻을 잇기 위해 올해도 부산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지역 16개 클럽·동아리에서 축구를 배우는 300여 명의 선수와 학부모 등 5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행사에는 정정복 부산시축구협회장,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안기헌 사장, 부산시체육회 김동준 사무처장 등 체육계 인사와 자유한국당 이헌승 국회의원, 올해 대회부터 공식 후원에 나선 BNK부산은행 하정근 상무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지사 FC 공격수 강시윤(10·녹산초3) 군은 이날 어머니 손을 잡고 대회에 출전했다. 강 군의 어머니는 암 투병을 이겨내고 얼마 전 일상에 복귀했다. 강 군은 “엄마가 아파서 걱정이 많았는데 함께 대회에 참가하니 너무 좋아요.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웃어 보였다.
정용환은 198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철벽 수비수다.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에서 11년간 뛰며 168경기 동안 9골 4도움을 기록했다. 홍명보 이전의 원조 스토퍼로 A매치도 77경기나 소화했다. 178㎝의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을 줄에 매달아 헤딩 훈련을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은퇴 뒤에는 꿈나무 육성에 온 열정을 바쳤다.
정 전 이사에게 축구를 배운 지도자들에게 이번 대회는 남다른 의미였다. 정용환축구교실의 박형기(48) 감독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축구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자기 위치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플레이하면 절대 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정 전 이사님이 일깨워준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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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주최 측이 마련한 자장면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
특별했던 수비수 정용환만큼이나 장학회도 열성적인 중년 회원으로 그득하다. 200여 명의 회원 대다수는 중국집 사장님이다. 송춘열 장학회장도 도시철도 2호선 개금역 인근에 스무 평 남짓의 조그만 중식당을 운영한다. 회원들은 애초 동호인 축구를 하다 2003년 정 이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뒤 ‘아재 팬’ 생활을 시작했다. 후원회를 만들어 유소년축구에 힘을 보태다 2015년 정 전 이사가 별세하자 곧장 장학회를 결성한 게 지금껏 이어졌다. 송 회장은 “꿈나무들이 즐겁게 뛰노는 것만 봐도 만족한다. 유소년 축구를 아꼈던 정 전 이사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백미는 600그릇의 자장면 점심이었다. 회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면을 뽑아냈고, 달콤한 레몬소스를 뿌린 탕수육까지 곁들여져 대회를 찾은 모두에게 제공됐다. 한껏 땀을 뺀 뒤 먹는 짜장면 한 그릇에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용환의 유소년 축구 사랑을 회원들이 자장면으로 세상에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우승은 제우스FC가 차지했다. 지사 FC 한준서는 최우수선수격인 ‘정용환상’의 주인공이 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