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후보에 기회 주기위한 비책
- 윤성빈-송승준, 김건국-박시영
- 1+1 조합 만들어 경기 맡기기로
- 경험 많은 송, 중심 잡고 이끌 듯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5선발은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투수가 맡는다. ‘1+1’으로 마운드를 꾸려 한 경기에서 최대 8이닝을 책임지게 하겠다는 양상문 감독의 파격적인 구상이다.
양 감독은 12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첫 시범경기에 앞서 5선발에 대한 복안을 밝혔다. 그는 취재진과 가진 덕아웃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 두 달간 5선발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한다. 코칭스태프와 함께 고민한 끝에 2명의 투수가 한 경기를 담당하는 1+1 형태로 꾸릴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는 대만 가오슝 1차 스프링캠프부터 1~4선발을 브룩스 레일리, 제이크 톰슨, 김원중, 장시환으로 확정 짓고 나머지 한 자리를 고민해왔다. 애초 5선발은 스프링캠프 내내 치열한 경쟁을 펼친 윤성빈 김건국 박시영 송승준 중 한 명이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양 감독의 계획은 풍부해진 선발투수 자원에 맞춘 ‘변형 오프너(opener)’ 시스템이다. 오프너는 지난해 MLB(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난을 겪던 탬파베이 레이스가 처음으로 쓴 마운드 운용법이다. 구원 투수를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려 1, 2이닝을 맡긴 뒤 원래 선발 투수를 기용하거나 불펜 투수를 연달아 투입하는 작전이다. 올 시즌 양 감독은 오프너를 차용하되 선발 투수 2명으로 마운드 대부분을 운영하는 게 다르다.
1+1 전략은 풍부해진 선발투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시즌 내내 4명의 5선발 후보에게 모두 기회를 주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비책인 것이다. 양 감독은 “4명의 투수 가운데 특정 한 명에게 5선발을 맡길 때 나머지 3명이 기회 잃는 상황이 아쉬웠다”며 “상황에 따라 필승조가 들어가야 할 수도 있지만 모두 선발요원이므로 둘이서 각각 3, 4이닝을 잘 막아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변형 오프너를 통해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 등 선수 기용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 조를 이룬 두 명의 투수는 열흘에 한 번꼴로 마운드에 선다. 역투를 펼친 후에는 잠시 엔트리에서 제외돼 다음 등판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그 사이 투수나 야수 등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콜업해 활용할 수 있다. 1+1으로 나선 투수 2명이 7이닝 이상을 소화해주면 오현택 구승민 진명호 등 불펜 필승조가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할 수도 있다.
‘1+1 조합’은 각각 윤성빈-송승준, 김건국-박시영 조로 이뤄질 전망이다. 각 조합 두 명의 투수 중 누가 먼저 마운드에 설지는 그때그때 양 감독의 선택에 달려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송승준이 5선발진 전체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보인다. 송승준은 이날 경기 전 “나 혼자 잘 던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4명 모두 잘 던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팀에 최대한 기여하는 게 우리가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 변형 오프너(transformational opener)란
야구에서 첫 1, 2회를 막기 위해 등판하는 불펜 투수를 일컫는 ‘오프너’시스템을 변형시켜 선발 투수 2명으로 마운드 대부분을 운영함. 오프너는 지난해 MLB(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난을 겪던 탬파베이 레이스가 처음으로 쓴 마운드 운용법을 응용한 것으로, 변형 오프너에서는 풍부해진 선발투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만든 비책이다.
김해 상동=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