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92년 영광 기억하는 팬들
- 야구사랑 깊은 만큼 더 크게 실망
- 롯데 야구팀 우승 못한 27년 동안
- 공교롭게 지역 사회·경제도 침체
- 낙담한 부산시민 신바람 나게 할
- 롯데우승의 에너지가 절실한 때
부산을 상징하는 몇 몇 이미지 가운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인 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3만 관중(올 시즌은 2만4500석)의 ‘부산 갈매기’ 떼창과 오렌지색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쓴 독특한 응원 문화, 고인이 된 한국야구의 레전드 ‘무쇠팔’ 최동원, ‘조선의 4번 타자 ’ 이대호 등 구도(球都) 부산과 롯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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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 롯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
하지만 시민의 애정만큼이나 롯데에 대한 실망도 크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창단멤버인 롯데는 1984년 최동원의 역대급 활약으로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롯데는 8년 뒤인 1992년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왕 염종석의 혼을 담은 피칭과 3할 좌타자 군단을 앞세워 두 번째 우승을 안았다. 영광의 순간이었다.
1992년 두 번째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27년간 롯데는 우승 소식이 없다. 우승은 고사하고 수년간 바닥권을 헤매며 팬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던 암흑기도 있었다.
올해 부산에는 그 무엇보다 롯데의 우승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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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10월 9일 롯데 자이언츠가 삼성 라이온스와의 한국 시리즈 7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최동원이 포수 한문연을 포옹하기 직전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지난 27년간 추락과 몰락을 거듭하던 롯데처럼 부산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활력을 잃어버린 도시가 됐다.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 인구 비율, 전국 최저의 합계 출산율, 높은 실업률이 말하듯 미래가 보이지 않는 역동성 없는 도시로 추락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세계적인 조선업의 불황으로 부산을 대표하던 조선 관련 산업이 주저앉았다. 자동차와 기계 등 부산 산업을 떠받치던 제조업 전반이 힘든 고개를 넘고 있다. 인천에 ‘제2의 도시’ 위상마저 위협받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4강 달성이 우리 사회에 공급했던 거대하고도 뜨거운 에너지를 기억하는 이라면 롯데의 우승이 부산의 변화에 제공할 상상 밖의 에너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던 박세리의 우승과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불같은 강속구로 에이스로 우뚝 선 박찬호는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위로가 됐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줬다.
일본 오사카를 연고로 하는 한신 타이거즈가 1985년 재팬시리즈 재패 이후 17시즌 동안 바닥권을 헤매다 2003년 18년 만에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했을 당시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방 일대가 들썩거렸다. 경제 유발효과만도 3000억 엔(4조1000억 원)에 달했다고 하니 그 분출된 에너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 제2의 도시임에도 도쿄에 비해 부동산과 취업 등 모든 경제 지표에서 소외됐던 오사카 시민의 응어리를 한신 타이거즈가 야구를 통해 해소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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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창단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롯데 선수들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팬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롯데의 우승은 적어도 부산이라는 도시와 시민에게는 단순히 프로구단의 우승에 머물지 않는다. 경기 침체로 축 처진 시민의 자존심을 살리고 지역에 신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노력과 단결, 그로 인해 얻어낸 승리의 기쁨은 선수들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한 팬과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역동적인 에너지다. 정치나 예술이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스포츠만이 전해줄 수 있는 생생한 감동은 고스란히 지역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치환될 수 있다.
그래서 롯데의 우승이 절실하다.
롯데 구단도 올 시즌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야구’를 선언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실망스러웠던 과거를 극복해내고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면서 미래지향적인 ‘희망’을 이야기한다. 김종인 롯데 자이언츠 대표는 국제신문을 통한 신년 인사에서 “(롯데가 우승을 하지 못한) 지난 27년간 부산 경제가 어려워진 책임이 자이언츠에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며 농담 섞인 반성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롯데가 잘하면 지역 경제도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 시즌 ‘원팀(One team)’을 표방하고 있다. 부산시민도 롯데와 원팀이 돼 27년만의 리그 우승을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