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이 축구열기로 후끈
- “포기 않는 선수들 모습에서
- 재미 넘어 감동·행복 느껴
- 내친김에 우승까지 가보자”
- 부산 광복로서도 거리응원
17년 만이다. 2002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썼을 때, 국민은 거리로 뛰쳐나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때 ‘행복 바이러스’가 2019년 지금, 다시 대한민국에 번진다. 국민의 가슴이 뛴다. 혐오만 쌓는 정치, 추락하는 경제, 잔혹 범죄가 판치는 사회…. 어린 선수들의 강인한 도전 정신이 잠시나마 이런 걱정을 잊게 한다.
오는 16일 새벽 1시(한국시간) 폴란드에서 열리는 2019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들끓는다. 1999년생 젊은 선수가 주축이 된 우리 ‘원팀’이 우크라이나와 세계 최고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다가온다.
우리나라가 FIFA 주관 월드컵에서 처음 결승에 오른 건 포기할 줄 모르는 젊음과 무명 감독의 신선한 리더십 덕분이다. 매 경기 드라마를 쓰며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국민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 개성이 뚜렷한 어린 선수들이 경기마다 ‘형’ ‘동생’을 부르며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고, 이름 없는 선수 출신으로 묵묵히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워온 정정용 감독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은 국민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학생 장진욱(24) 씨는 “매 경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젊은 선수들이 승전고를 울릴 때마다 시름을 한방에 떨친다”며 “결승전이 기다려진다. 기다리는 시간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붉은악마 부산지회 홍성무 회원은 “선수 한 명, 한 명이 아니라 위기 때마다 똘똘 뭉친 ‘원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선수들이 기특한 국민은 “병역 면제 혜택을 주자”는 목소리까지 낸다. 13일 오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엔 U-20 대표팀의 병역 면제를 청원하는 글이 3건 올라와 1만2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어린 선수들이 우리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 거리에선 17년 전 ‘붉은 물결’이 다시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구 광복로 시티 스폿에선 오는 15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단체 응원전이 펼쳐진다. 대형 스크린과 300개 좌석이 마련된다. 축하 공연도 함께 열린다.
고민하던 해운대구도 주민의 간절한 바람에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응원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시네마 부산본점과 광복점은 관람료 1만 원을 받고 대형 스크린으로 결승전을 중계한다. 부산시도 야외 응원전 진행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르자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인천 대전을 포함해 정 감독 고향인 대구 등지에서도 “대~한민국” 함성이 거리를 뒤덮는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