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 소집 기간 외출 권하기도
- 유소년 육성 한 우물 결실 맺어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팔색조 전략을 앞세워 한국을 결승까지 올려 놓은 정정용(50) 감독은 유·청소년 선수들에게는 ‘지시가 아닌 이해’로 지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준우승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배경에는 선수들과의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소통을 강조하는 정 감독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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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정정용(가운데) 감독과 코치진이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석의 한국 응원단에 박수를 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나눠줬던 전술 노트는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이 노트에는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 세트피스, 측면에서의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이 담겼다.
선수들이 ‘마법의 노트’라고 할 정도로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세세히 설명해 놓은 이 노트는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새 역사를 쓰는 씨앗이 됐다. 선수들은 당시 대회 기간 자료를 더 달라 먼저 요구하기도 하고, 시험공부 하듯이 전술 노트에 담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매 경기 다른 전략, 전술을 준비하고 포지션별 역할을 다르게 부여하며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를 과감하게 펼치는 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잘 녹아들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정 감독은 ‘자율 속의 규율’을 강조한다. 대표팀 소집 기간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선수들의 자유 시간을 존중했다. 가벼운 숙소 밖 외출은 오히려 권할 정도였다.
정 감독은 우리 축구계의 비주류다. 청구중·고와 경일대를 거쳐 1992년 실업 축구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참여해 6년 동안 센터백으로 뛴 소위 무명선수였다. 게다가 1997년 부상이 겹치면서 28세의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그는 용인 태성중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고, 해외 연수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그러고는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고향 팀인 K리그 대구FC 수석 코치를 지냈던 2014년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12년 동안 14세 이하(U-14) 팀을 시작으로 연령대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들을 키워왔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근간이 된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도 그의 손에서 다듬어졌다. 대구 수석 코치 시절에도 구단의 U-18 팀인 현풍고 감독을 맡는 등 꿈나무 육성과는 인연을 놓지 않았다.
이름값이 아닌 확고한 지도철학과 실력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역대 우리나라 최고 성적을 낸 정 감독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는 이유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