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4강서 마룽에 1-4로 졌지만
- 8강선 세계3위 판전둥 꺾는 파란
- 남녀 단식 중국 독주판에 제동
- 정 “올림픽 앞두고 자신감 수확”
- 복식은 남녀 모두 아쉬운 준우승
만리장성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한국 탁구 대표팀은 지난 2일부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렸던 ‘신한금융 2019 코리아오픈 세계탁구대회’에서 금메달 0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이 세계 최강자 판전둥(중국)을 꺾는 등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내년 3월 부산세계선수권과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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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신한금융 2019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 정영식(세계랭킹 20위)이 중국의 마룽(3위)을 상대로 서브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오후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 쉬신(1위)이 마룽을 상대로 스매싱을 하고 있다. 쉬신은 세트스코어 4 대 1로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김종진 기자·연합뉴스 |
■세계의 벽 실감한 한국 탁구
한국은 7일 폐막한 코리아오픈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기록했다. 3년 연속 금메달을 노렸지만 세계 톱랭커들에게 가로막혔다. 내년 세계선수권과 도쿄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대회에는 최정상급 선수가 총출동했다. 남자부에선 세계랭킹 1위 쉬신을 포함, 판전둥(3위) 마룽(5위) 량징쿤(6위·이상 중국) 등이 참가했다. 여자부는 세계 톱 10 선수가 모두 대회에 나섰다.
한국은 예선전부터 고전했다. 예선에 출전한 남자부(24명)와 여자부(20명) 선수 중 남녀 각각 조승민(삼성생명)과 김하영(대한한공)만이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 4월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진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기대주 안재현(삼성생명)과 탁구천재로 기대를 모은 조대성(대광고), 신유빈(청명중)이 본선에 오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본선에서도 힘든 승부가 이어졌다.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조승민과 임종훈은 각각 량징쿤과 마룽에 무릎을 꿇었고 지난해 대회 전관왕(3관왕)을 차지한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은 정영식에게 패했다. 여자 단식에서는 서효원(한국마사회)과 김하영(대한항공)이 32강전에서 각각 일본과 싱가포르 선수에게 패해 일찌감치 짐을 쌌고,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한 전지희(포스코 에너지)는 딩닝(중국)에게 세트 스코어 0 대 4로 졌다. 전지희는 “5, 6년 전 대결했을 때보다 잘했지만 초반 싸움에서 밀렸다”며 “강한 백핸드를 앞세운 딩닝의 강약 완급 조절에 휘말려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복식에서 금메달을 노렸던 한국은 남녀가 결승전에 진출했으나 모두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6일 열린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정영식-이상수(삼성생명) 조는 쉬쉰-판전둥 조에 0 대 3으로 완패했다. 이어 열린 여자복식에서도 양하은(포스코 에너지)-최효주(삼성생명) 조가 천멍(1위)-왕만위(5위) 조에 0 대 3으로 패했다.
■도쿄올림픽 희망을 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강 중국에 고전했지만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표면적인 성적으로는 장우진이 3관왕에 올랐던 지난해 대회에 못 미치지만 경기 내용은 나았다는 평가다.
남자 탁구 대들보 정영식의 활약이 빛났다. 세계랭킹 20위인 정영식은 지난 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렸던 남자단식 8강전에서 판전둥을 세트 스코어 4 대 2로 이겼다. 지난달까지 세계 1위를 지켜왔던 판전둥을 상대로 ‘녹색 테이블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조언래 여자대표팀 코치가 어린 시절의 판전둥을 이긴 걸 제외하고 한국 선수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판전둥의 벽을 넘었다.
7일 열린 준결승에서 마룽에게 세트 스코어 1 대 4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중국의 독주를 막는 데 일조했다. 남녀 단식 4강에 오른 8명의 선수 중 정영식을 뺀 7명 모두 중국 선수였을 만큼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 탁구의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정영식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수인 판전둥과 마룽을 꺾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판전둥을 꺾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마룽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첫 세트를 내준 뒤 2세트를 따내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마룽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정영식은 “경기력에서는 마룽에게 졌지만 종전과 다른 경기 내용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1년 남은 도쿄올림픽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는 패배 의식에 젖어 있었지만 정영식이가 판전둥을 꺾으면서 다른 선수들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중국을 이기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중국의 빈틈을 노린 틈새 전략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