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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캠프에 등장한 VR…고글 속 류현진 강속구에 화들짝

가상현실 속 투수 구종 체험 등 스포츠 첨단기술 적극 활용

  •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  |   입력 : 2020-02-27 19:27:4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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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쌓이면 출루율 제고 기대
- 손아섭 정훈 등 선수 참여 활발

최근 스포츠에 가상현실(VR) 등을 접목한 첨단 기술 바람이 분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적인 훈련을 할 수 있어 여러 구단이 앞다퉈 도입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시즌 공격 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가 첨단 훈련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눈길을 끈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왼쪽)과 정훈이 호주 애들레이드에 차려진 스프링캠프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 26일(한국시간) 오후 호주 애들레이드 글렌넬그에 위치한 롯데 선수단 숙소에는 오전 훈련을 마친 손아섭과 정훈이 좁은 공간에서 머리에 고글처럼 생긴 수상한 물건을 쓰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손아섭은 “우와”하며 연신 탄성을 내뱉으며 몸을 비틀었고 정훈은 갑자기 엉덩이를 뒤로 쑥 빼기도 했다. 롯데가 이번 스프링캠프(전지훈련)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VR 훈련이다.

VR 훈련법은 선수가 VR 헤드셋을 끼고 눈앞에 보이는 타석에 서서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과 구종을 맞히는 게 키포인트다. 예를 들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매디슨 범가너가 VR에서 직구를 몸쪽으로 던졌다면 타석에 선 선수는 투구 궤적이 어떻게 들어왔으며 직구인지 아니면 다른 구종인지 손에 쥔 리모컨으로 레이저빔을 쏴 화면상에서 선택해야 한다.

정훈은 “최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류현진을 선택해 궤적과 구종을 확인했는데 구종이 생각보다 다양해 다소 헷갈렸다. 하지만 점차 눈에 익히니 구종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정훈은 류현진이 던진 20개의 구종 중 체인지업 등 16개를 맞히는 선구안을 발휘했다. 훈련 마지막에는 류현진이 던진 151㎞ 직구를 두고 “왜 이렇게 공이 느려”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롯데는 이번 전지훈련에서 최첨단 장비를 도입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투수에겐 랩소도 장비(공 회전수 및 회전력 측정)를, 타자에겐 블라스트모션 장비(배트 스피드와 스윙 궤도 등 체크)를 활용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전 훈련 시간에만 활용 가능한 데 반해 VR 훈련법은 휴식 시간에 놀이처럼 쉽고 간단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롯데가 VR 훈련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출루율에 기인한다. 현대 야구는 타자의 공격 생산력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 OPS(출루율+장타율)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방망이가 맞지 않을 때 득점을 짜내는 기술이 필요한데 지난 시즌 롯데의 OPS는 0.674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팀 볼넷도 429개를 얻어내는 데 그치며 1위 두산(563개)에 134개나 부족했다.

VR 훈련을 지도한 라이언 롱 타격코치는 “정훈이 류현진의 구종을 너무 잘 맞혀 놀랐다”면서 “상대 투수 데이터가 축적돼 공간만 마련된다면 올 시즌 사직구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타자들이 경기 전 상대 선발 투수의 궤적과 구종을 미리 익힌 후 실전에 들어가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 투수에 대한 적응도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VR 훈련은 롯데가 처음이 아니다. 롯데 관계자는 “이웃 구단인 NC 다이노스가 일찌감치 VR과 비슷한 기술로 선수들을 지도한 적이 있다”면서 “올 시즌 우리 팀 선수들이 VR을 잘 활용한다면 공격 지표가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애들레이드=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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