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스카우터 출신 신임 단장
-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과
- ‘싱크로율 100%’ 행보 화제
- 투수 노경은 다시 데려오고
- 트레이드로 포수 지성준 영입
- 보수·폐쇄적이었던 프런트 변화
- 롯데 약진 이끌 변수될 지 주목
“단장은 팀을 바꿀 수 있습니까. 저는 제가 공을 던질 것도 칠 것도 아니니까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모든 걸 다하는 겁니다. 팀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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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8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이 안치홍에게 모자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야구단 단장인 백승수가 배팅볼 투수를 설득하고 돌아오는 길에 구단 운영팀 직원인 한재희가 이 같은 노력에 회의를 느낀 데 대해 반박했던 대사다. 비록 허구가 가미된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팬조차도 잘 알 수 없었던 프로야구 구단의 프런트 세계를 리얼하게 풀어내 야구계와 팬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지난해 부임한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의 행보는 지금까지만 보면 드라마 속 단장인 백승수와 흡사하다. 성 단장은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왜 부진했는지 원인을 파악해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어릴 적 마음먹은 대로 됐던 일이 한 번도 없었기에 항상 차선책을 준비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번 선수 영입도 플랜 A부터 플랜 C까지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나섰다”고 밝혔다.
스토브리그 내내 개혁과 프로세스를 부르짖었던 성 단장의 행보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터 출신인 성 단장은 지난해 협상이 결렬돼 1년을 쉰 투수 노경은을 다시 품었고, 외부 FA 안치홍을 파격적인 메이저리그식 계약으로 전격 영입했다. 롯데는 KBO에 전례 없던 ‘옵트아웃’ 조항으로 안치홍의 마음을 샀다. 양측은 내년 시즌 종료 이후 2년간 최대 31억 원의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연장 거부 땐 ‘바이아웃’ 즉 위로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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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문회 감독과 악수하는 성민규 단장. |
성 단장은 공석인 감독 자리에 국내외 지도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히 미국으로 가서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KBO리그 외국인 타자 출신인 스캇 쿨바, 래리 서튼 등 3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서튼은 롯데 2군 감독으로 임명됐다. 서튼 감독을 필두로 1군 배터리 코치 행크 콩거 등 MLB에서 선수로 뛰거나 코치를 지냈던 외국인 코치 5명이 합류했다.
2대 2 트레이드도 화제가 됐다. 롯데의 스토브리그 제1과제는 포수 보강이었다. 그 때문에 FA 시장과 2차 드래프트서 포수 영입을 하지 않은 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키움에 잔류한 FA 이지영에게 키움보다 낮은 수준의 계약을 제시했고 또 다른 포수 김태군 영입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는 외야수 최민재를 영입한 후 투수 장시환, 포수 김현우를 한화 이글스 포수 지성준, 내야수 김주현과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해 연봉 5000만 원에 계약한 송승준은 ‘스토브리그’의 장진우라는 노장 투수와 닮았다. 장진우는 한때 시즌 19승을 따내며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세월에 밀려 ‘퇴물’ 소리를 듣는 캐릭터다. 억대 연봉자였던 장진우는 연봉 협상에서 5000만 원을 제안받고 고민에 빠진다. 돈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은퇴해야 하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갈망이 마운드로 이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 단장은 랩소도 가상현실(VR) 등 최신 장비를 들여와 선수 기량 성장을 도모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확률 높은 야구를 선택했다. 여기에 김해 상동구장을 최신 시설로 업그레이드해 유망주 성장도 이끈다.
지금까지 롯데 프런트 조직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다. 그룹 인사 때마다 좌천된 임원이 잠시 쉬어가는 곳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2015년부터 4년간 롯데마트를 이끌어 왔던 김종인 전 대표이사는 지난해 국내 프로 구단에서 프런트 역량을 검증받지 않은 성 전 시카고 컵스 스카우터를 신임 단장으로 앉히고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당시 김 전 대표이사는 성 단장을 직접 만나 구단 운영 철학을 들은 후 롯데의 미래를 맡겼다.
거인 리더가 된 성 단장은 선수 영입과 함께 코칭스태프에도 많은 변화를 주며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특히 성 단장은 허문회 감독을 자신의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영입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성 단장은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진짜 스토브리그’에서 드라마 속 백 단장이 말했던 것처럼 팀에 도움이 되는 모든 걸 다하고자 했다. 최근 호주서 전지훈련 중인 롯데와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평가전에서는 경기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해설가로 활약,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는 등 팬들과 소통도 적극적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취소됐지만 개막을 앞두고 과연 성 단장이 2020시즌 롯데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을지 거인 팬 갈매기들은 벌써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