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단 15년만에 첫 완장… 숙제 많아
- “팀 실력 발휘하면 좋은 결과 낼 것”
“주장 완장을 찼지만 부담 없습니다. 제 역할에 충실하고 팀원들도 각자 맡은바 열심히 해주고 있기에 목표로 한 가을야구에 진출할 겁니다.”
 |
|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이 2006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사진은 민병헌이 지난 20일 사직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마친 후 1루석에 앉아 있는 모습. |
롯데 자이언츠에서 이적 세 번째 시즌을 맞는 민병헌은 올 시즌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2006년 프로 입단 후 캡틴 완장을 차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민병헌은 프로 데뷔 초반만 해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2017시즌까지 프로 통산 1096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99를 기록했다.
특히 2017시즌까지 5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과 120안타 이상을 기록한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 외야수로 나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최정상급 공격 자원이다. 2018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4년 총액 80억 원에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 12월 민병헌을 주장으로 낙점했다. 경력과 기량, 리더십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그이기에 주장 완장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선수단의 평가다. 지난 1월 롯데 대표이사 취임식에 앞서 허 감독과 개인 면담을 했던 그는 “허 감독과 야구 철학이 서로 맞는 것 같다. ‘부담 없이 야구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민병헌에게 최근 2년간 팀 순위는 낯설 수밖에 없다. 최하위로 패배 의식에 빠진 팀을 추스르는 캡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는 “학창 시절과 이전 팀(두산)에서 뛸 때 소속팀이 가장 낮았던 순위는 6위였다”면서 “항상 성적이 좋은 팀에서 뛰다 보니 롯데에서 7위와 10위라는 순위는 제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야구 하면서 꼴찌는 처음이었다. 제가 경험한 것을 우리 팀 후배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직력을 강화해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는 심산도 드러냈다. 그는 “올 시즌 숙제가 많다. 먼저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선수들도 따라올 것이다. 현재 팀 분위기가 좋기에 선수들이 전지훈련에서 보여준 실력만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병헌은 2018시즌 타율 0.318 17홈런 66타점 OPS 0.855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비록 팀이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시즌 끝까지 5위 경쟁에 불을 지피는 데 기여하며 팬에게 강인한 인상을 각인시킨 바 있다. 하지만 2019시즌 성적은 개인적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 지난시즌 10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 9홈런 4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2를 기록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WAR(케이비리포트 기준)은 3.45로 좋았지만 규정타석에 미달한 것이다.
나름 3할 타율을 기록했음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부상만 아니었다면 팀이 최하위로 마치진 않았을 터. 민병헌은 시즌 초반이었던 4월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투구에 맞아 왼손 새끼손가락 중수골 골절상을 입었다. 그는 49일 동안 재활에 매진해야 했고 5월 24일에야 1군에 복귀했다. 그는 “초반 부상이 너무 안타까웠다. 당시 5할 언저리에 있던 팀이었는데 제가 빠진 이후로 부진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니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민병헌은 이번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 비치 스프링캠프에서 달라진 타격 자세를 선보였다. 상체를 세우며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줬던 민병헌은 지난 2월 27일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평가전에서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와 중견수 앞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이어진 2회 초에는 마차도와 김준태를 불러들이는 2타점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3할 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시즌 끝나고 타격 자세를 조금 수정했다”면서 “지난해까지 잔뜩 웅크린 채 타석에 들어섰지만 상체를 조금 들어 변화를 줬다. 하지만 시즌이 길기 때문에 이 같은 타격 자세를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세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6년 연속 3할 타율 행진(규정타석 기준) 기록을 이어가지 못한 민병헌은 개인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는 “지난 시즌 연속 기록을 의식했지만 이제 다 잊었다”면서 “올 시즌 개인 기록 향상도 목표로 두지 않는다. 다만 팀이 가을야구 이상으로 진출하는 데 기여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가을야구를 염원하는 부산 팬 앞에서 꼭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