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승락 전격은퇴로 변화 불가피
- 박진형·구승민 재활 후 복귀
- 정태승 ‘짠물 피칭’ 기량 급상승
- 뒷문 김원중, 베테랑 고효준 든든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팀 평균자책점은 4.83으로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여기에 리그 최다 볼넷(546개) 기록은 유독 뼈아프다. 변화구 위주의 피칭과 정면 승부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다 보니 상대 타자들은 배트를 휘두를 필요도 없이 1루로 걸어 나갔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마운드가 약한 롯데로선 리그 최하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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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진형,
구승민,
정태승 |
특히 불펜이 빈약하다 보니 유독 ‘불쇼’가 많았다. 2017시즌 전반기 막판 필승조로 내세운 조정훈과 박진형이 안착하면서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시즌 롯데 불펜진은 리그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556.2이닝을 던지며 2위 한화(520이닝)보다 40이닝 가까이 더 던졌다. 고효준은 리그 최다 등판 75회를 기록했고 진명호는 63.1이닝을 던졌다. 총 24명의 불펜 투수가 동원됐는데 이 가운데 7명의 선수가 40이닝 이상을 던졌다. 두껍지 않은 불펜에 과부하가 더해지니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 불펜 평균자책점(ERA) 9위(4.67), 홀드 9위(47개), 세이브 10위(16개) 등 최악의 수치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롯데 불펜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필승조에 박진형 구승민 정태승 트리오가 맡고, 김원중이 뒷문을 틀어 잠근다.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전지훈련)에서 2, 3이닝 정도 던져줄 젊은 투수를 많이 발굴한 것이 큰 성과. 게다가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에 잔류한 베테랑 고효준이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필승조 박진형 구승민 정태승은 올 시즌 단단히 벼르고 있다. 2013년 육성선수로 입단, 2015시즌에 처음 1군에 진입한 박진형은 이듬해 생애 첫 선발로 등판한 두산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2017시즌에는 전반기 선발의 한 축으로 활약하다가 후반기에 필승조로 보직을 바꿨다. 9월엔 10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는 등 후반기 31경기에서 3승 1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17로 활약해 5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2018시즌 중에 어깨 통증으로 재활에 매달려야 했고 1년 가까이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꾸준한 재활로 통증에서 벗어난 박진형은 3년 만에 다시 롯데의 가을야구를 꿈꾼다. 선발 자원으로도 활용 가능한 박진형은 롱릴리프(경기 전반에 투입돼 여러 이닝을 던지는 구원 투수)뿐만 아니라 마무리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특히 호주 전지훈련 이후 국내서 열린 자체 청백전 피칭은 롯데가 왜 박진형의 부활을 손꼽아 기다리는지를 잘 보여줬다. 박진형은 총 5이닝을 던지면서 4탈삼진 3피안타를 기록, 평균자책점 ‘0’의 눈부신 투구 내용이었다.
구승민은 지난 시즌을 마치기 직전 동료 박시영과 함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구승민은 상무에서 제대한 후 첫 시즌인 2018시즌 64경기에서 73.2이닝을 소화하며 7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전 시즌 피로 누적의 여파로 41경기에서 1승 4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는 “그동안 건강한 몸이 자랑이었는데 지난 시즌 아프고 나니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수술 이후 필리핀에서 몸을 잘 만들었고 호주 스프링 캠프에선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실전 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2018년의 구위를 다시 만들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태승도 천군만마다. 그는 최근 호주 리그 질롱코리아에서 몰라보게 좋아진 구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겨울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20경기에서 22.1이닝을 던져 1홀드 평균자책점 3.22로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피안타율은 0.233. 이 기록도 막판 연투로 인한 피로감에 피안타가 많아져 나빠진 것이다. 연투만 아니었다면 성적은 더 좋아질 수 있었을 터.
기량이 급상승한 이유에 대해 정태승은 “지금까지는 제가 던진 공을 상대 타자들이 맞추는 게 정말 싫었다. 파울조차도 안 맞으려고 하다 보니 자꾸 구석에 넣으려 했고 볼넷을 많이 허용했다”며 “강영식 코치 지도로 투구 스타일을 바꾸고 나니 180도 달라졌다. 최대한 3구 안에 승부를 보려고 하며 빠른 승부로 아웃 카운트가 늘어나니 자신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박시영 김유영 최영환 김건국 등 백업 자원도 충분하다. 특히 김건국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김건국은 지난 2월 25일 호주 전지훈련지인 애들레이드 웨스트 비치에서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전에서 선발 박세웅에 이어 등판, 3이닝을 던져 1피안타 1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달 2일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전에선 2이닝 동안 1실점 하는 등 갈수록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박시영은 호주 전지훈련에서 라이브 피칭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시즌 초반 팬들 앞에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마무리다. 4년간 롯데의 뒷문을 책임졌던 손승락이 전지훈련 도중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공백이 불가피하다. 허문회 감독은 전지훈련 기간 불펜 투수들을 마무리로 실험했다. 강력한 후보는 김원중이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8경기 102.1이닝을 던져 5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5.63의 성적을 냈다. 최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선 8이닝 동안 6개의 탈삼진을 뽑으며 평균자책점 1.13의 빼어난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허 감독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그는 “베테랑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긴 어렵겠지만 주변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