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완 기대주 손꼽히는 박재민
- 떠오르는 슬라이더로 강한 인상
- 우완 정통파 투수 최대어 최준용
- 높은 볼 회전수·빠른 종속 자랑
- 홍민기는 145㎞ 대 직구 강점
선수에게 리그 신인왕이라는 영예는 생애 단 한 번밖에 누릴 수 없다. 갖고 싶어도 모두가 가질 수 없기에 신인왕은 선수 개인의 영광임은 물론 해당 팀에도 축복이 가득한 타이틀이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와 롯데 선수들은 이 영광스러운 수상의 기쁨을 지난 28년간 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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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재민, 최준용, 홍민기 |
1982년 프로 원년부터 참가한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자이언츠라는 팀명을 원년 이래로 유지하는 ‘유이한’ 팀이다. 하지만 신인왕 역사에서 롯데의 이름을 찾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1992년 염종석이 17승을 올리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 롯데 프랜차이즈 역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신인왕이었다. 그리고 그해 거인 군단은 염종석의 가을야구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한국시리즈 제패의 기쁨도 만끽했다.
올 시즌 롯데 신인들의 분위기는 1992년 못지않다. 우완 정통파 투수 최준용과 특급 좌완 투수 홍민기와 박재민이 신인왕 자격을 증명한다는 각오다. 신인 3인방이 마운드에서 제 몫을 해주면 선수 기용의 폭이 넓어져 허문회 감독도 행복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다.
완성도 높은 신인 선수를 기용한다는 구단의 방침에 따라 상동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은 사직 마운드에 하루빨리 서는 게 공통 목표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 번째로 거인 품에 안긴 박재민이 먼저 사직 마운드를 밟았다. 이번 겨울 호주 스프링캠프 대신 김해 상동구장에서 몸을 착실히 만들어 온 그는 지난달 30일 1군(홈) 팀-퓨처스(어웨이) 팀 교류전에 중간계투로 출전했다.
지난해 8월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거인 유니폼을 입게 된 박재민은 롯데의 좌완 기대주로 손꼽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 좌투수가 부족한 롯데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날 교류전에서 주무기인 떠오르는 슬라이더로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은 그가 왜 거인에 왔는지 증명한 장면이다. 성민규 단장은 “슬라이더에 장점이 있는 투수다.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직구로 가는 듯하다가 타자 앞에서 갑자기 공이 휘어져 들어가니 정타가 나오기 어렵다”고 칭찬했다.
박재민은 이날 1.1이닝 동안 23개의 공을 던져 탈삼진 2개를 뽑으며 무실점 투구로 허문회 감독 앞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컨디션이 좋았고 투구 밸런스도 나쁘지 않았다”며 “투구가 일정하게 들어간 것에 만족한다. 주자가 있든 주자가 없든 매 순간 일정하게 던지려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의 벽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박재민은 본받고 싶은 선수를 묻는 물음에 “없다”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아직 신인이다 보니 나와 싸우기도 벅차다. 나 자신을 먼저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리그에서 뛰는 선수 모두 훌륭하고 각자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박재민’이라는 확실한 색깔을 가진 선수가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스무 살 박재민은 하루빨리 사직 마운드에 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는 “입단 동기들도 같은 마음이겠지만 보직을 상관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털털한 성격이다 보니 멘탈이 아주 강하다. 부족한 점은 채우면서 항상 내일을 위해 내 공만 믿고 즐기면서 던지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경남고 출신으로 신인 1차 지명을 받은 최준용 역시 롯데가 심혈을 기울이는 유망주 중의 하나다. 롯데와 2억5000만 원에 계약한 것만 봐도 그 무게감을 알 수 있다. 우완 투수로 평균 140㎞ 중후반의 직구를 던지며, 특히 높은 볼 회전수와 빠른 종속을 자랑한다. 지난해 부산 기장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최준용 역시 이번 겨울 호주 전지훈련 대신 김해 상동구장에서 몸을 착실히 만들었다. 고교 시절 152㎞까지 던지는 등 투수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처음 시작했다”며 “준비를 잘해서 ‘1차 지명 진짜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하겠다. 포심과 청소년 대회에서 배운 투심, 슬라이더를 더 갈고 닦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롯데 팬이었던 최준용은 1차 지명을 통해 구단에 오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롤모델로 송승준을 꼽은 그는 “어릴 때 유니폼도 맞추고 TV로만 보던 구단에 입단해서 신기하다”면서 “처음에는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는데 이제 롯데 식구가 된 만큼 송승준 선배처럼 꾸준함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고를 졸업하고 2차 1번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홍민기는 1억6000만 원에 계약했다. 홍민기는 좌완 투수가 부족한 롯데에서 가치가 높은 선수다. 188㎝의 큰 키에서 던지는 145㎞대 직구가 강점이다. 적당한 체격 조건이지만 겨우내 근육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체격을 보강해 제구를 가다듬는다면 마운드 위에서의 위압감은 배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승부욕은 프로 첫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홍민기는 “상대방이 누구든 피하지 않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4번 타자가 들어와도 피하지 않고 항상 몸쪽 승부를 겨루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1군에 합류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