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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에 ‘엄지 척’…두려움 사라진 롯데의 여유

두산 호수비에 더그아웃 박수…자율성 강조 팀 분위기 변화

  • 이지원 기자
  •  |   입력 : 2020-05-14 20:00:0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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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감·동기부여로 성적 견인

롯데 자이언츠의 초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비단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는 성적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서의 파이팅 넘치는 선수들 분위기만 봐도 지난 시즌 롯데와 확연히 다르다.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오른쪽)가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8회 말 호수비를 선보인 두산 외야수 안권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MBC 스포츠플러스 화면 캡처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는 롯데의 달라진 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롯데는 7-8로 뒤진 8회 말 이대호의 우중월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안치홍의 적시타로 9-8 역전에 성공했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한동희는 두산 마무리 이형범의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 끝에 맞은 타구는 롯데가 더 달아날 수 있는 적시타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우익수 안권수가 그림 같은 호수비로 잡아냈다. 더그아웃에 있던 이대호는 추가 득점을 놓친 걸 아쉬워하면서도 상대 팀인 안권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노경은도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이대호를 비롯해 올 시즌 주장 완장을 찬 민병헌 등 많은 동료 선수는 이닝을 마치거나 경기 중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어깨를 두드리며 “잘했다” 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실책을 하거나 병살타를 쳐도 어깨를 토닥이며 기죽지 말라고 응원한다.

이날 승리의 주인공이 된 민병헌은 “프로 15년 차이지만 이처럼 자율적인 분위기는 처음이다.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다”면서 “삼진을 당해도 상대가 잘 던진 것이라고 인정하고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날 역시 9회 말 동점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가 부담이 됐지만 감독님이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야구를 하라고 항상 강조하신 점이 생각나서 초구에 스윙을 했는데 커리어 첫 끝내기 홈런이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모든 선수에게 멘탈을 강조하고 자율훈련을 독려하는 허문회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허 감독은 “선수와 감독 간 관계에서도 존중이 필요하다”면서 “선수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선수들은 야구장에 나올 때 컨디션이 120%인 상태가 돼야 한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서 야구 할 때 팀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정훈은 지난 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원정경기에서 3점 홈런과 더불어 두 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야구장에서 스스로 야구를 하고 싶게 만들어주신다. 야구 선수로서 존중해줘 선배로서 강한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가 개막전부터 거둔 6승 가운데 4승이 역전승이다. 경기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그아웃에 넘친다. 롯데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으로 변모한 데는 달라진 팀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치 12년 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그때로 돌아간 듯하다. 지금 롯데에는 ‘두려움 없는 야구’가 다시 싹 트고 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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