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감·동기부여로 성적 견인
롯데 자이언츠의 초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비단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는 성적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서의 파이팅 넘치는 선수들 분위기만 봐도 지난 시즌 롯데와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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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오른쪽)가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8회 말 호수비를 선보인 두산 외야수 안권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MBC 스포츠플러스 화면 캡처 |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는 롯데의 달라진 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롯데는 7-8로 뒤진 8회 말 이대호의 우중월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안치홍의 적시타로 9-8 역전에 성공했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한동희는 두산 마무리 이형범의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 끝에 맞은 타구는 롯데가 더 달아날 수 있는 적시타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우익수 안권수가 그림 같은 호수비로 잡아냈다. 더그아웃에 있던 이대호는 추가 득점을 놓친 걸 아쉬워하면서도 상대 팀인 안권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노경은도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이대호를 비롯해 올 시즌 주장 완장을 찬 민병헌 등 많은 동료 선수는 이닝을 마치거나 경기 중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어깨를 두드리며 “잘했다” 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실책을 하거나 병살타를 쳐도 어깨를 토닥이며 기죽지 말라고 응원한다.
이날 승리의 주인공이 된 민병헌은 “프로 15년 차이지만 이처럼 자율적인 분위기는 처음이다.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다”면서 “삼진을 당해도 상대가 잘 던진 것이라고 인정하고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날 역시 9회 말 동점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가 부담이 됐지만 감독님이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야구를 하라고 항상 강조하신 점이 생각나서 초구에 스윙을 했는데 커리어 첫 끝내기 홈런이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모든 선수에게 멘탈을 강조하고 자율훈련을 독려하는 허문회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허 감독은 “선수와 감독 간 관계에서도 존중이 필요하다”면서 “선수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선수들은 야구장에 나올 때 컨디션이 120%인 상태가 돼야 한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서 야구 할 때 팀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정훈은 지난 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원정경기에서 3점 홈런과 더불어 두 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야구장에서 스스로 야구를 하고 싶게 만들어주신다. 야구 선수로서 존중해줘 선배로서 강한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가 개막전부터 거둔 6승 가운데 4승이 역전승이다. 경기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그아웃에 넘친다. 롯데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으로 변모한 데는 달라진 팀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치 12년 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그때로 돌아간 듯하다. 지금 롯데에는 ‘두려움 없는 야구’가 다시 싹 트고 있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