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실책 1위(5개), 수비율 1위(0.992).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25일까지 기록한 수비 지표다.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 없이 5할 이상의 팀 승률을 이어가는 가장 큰 요인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꼽을 수 있지만 수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타격이 매 경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탄한 수비를 숨은 공신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실 롯데는 2019시즌 실책과 자멸로 최하위에 랭크됐다. 총 11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팀 최다실책 1위에 오른 롯데는 승부처마다 찬물을 끼얹는 실책을 이어가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에서는 롯데 야수의 실책 장면만 모은 영상이 나오며 부산갈매기 팬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롯데는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면모를 보인다. 단독선두를 달리는 NC 다이노스조차도 팀 실책은 8개로 롯데보다 3개나 더 많다. 실책 수만으로 팀 수비력을 판단할 순 없지만 올 시즌 롯데의 수비는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수비율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시즌 롯데의 수비율은 0.980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수비율은 직접 주자를 아웃시키는 ‘자살’과 송구로 주자를 잡아내는 ‘보살’에 실책까지 더해 ‘자살+보살’을 ‘자살+보살+실책’으로 나눠 계산한다. 실책이 늘어날수록 이 수치는 떨어지고, 실책이 없으면 수비율은 1.000이 된다.
이전까지 롯데는 불안한 수비가 늘 발목을 잡았다.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청받았던 당시에도 2009년부터 3년 연속 시즌 최다 실책의 불명예를 안는 등 강한 타선에 비해 실책과 아쉬운 수비로 추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롯데는 올 시즌 5회 이후 리드한 경기에서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7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이 0.875로 리그 꼴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확 달라졌다.
달라진 롯데의 큰 힘은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에서 나온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포지션 조정 포함)를 나타내는 ‘WAA with ADJ’에서 마차도는 0.398로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0.41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개인 수비율은 1.000.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그가 왜 거인 유니폼을 입었는지를 증명했다. 롯데가 1-0으로 앞선 7회 초 1사 2루에서 키움 박동원의 강습 타구는 유격수 방면 깊숙한 곳으로 흘렀다. 마차도는 자세를 낮춰 글러브로 강한 타구를 일단 자기 앞에 떨어뜨린 뒤 빠르게 주워 정확한 송구로 박동원을 잡아냈다. 재빠른 풋워크를 통한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한 2루수 안치홍의 호수비도 안정감을 더하며 리그 최강 키스톤 콤비의 면모를 뽐낸다. 여기에 번갈아 3루수로 나서는 신본기-한동희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내야에서 웬만한 타구를 모두 처리하면서 투수진의 부담도 덜었다.
롯데는 28일 샘슨이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 시즌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수비력을 갖춘 롯데로서는 충분히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