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지표도 리그 하위권 맴돌아
- 장기 안목 새싹 육성 고민할 때
0.881, 0.797, 0.711.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인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이 각각 5월 한 달간 기록한 OPS(출루율+장타율) 수치이다. KBO리그 kt wiz의 멜 로하스 주니어(1.145),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1.028), LG 트윈스의 김현수(1.022), KIA 타이거즈의 터커(1.007) 등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나마 전준우가 7위로 롯데의 국가대표급 외야 라인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마저도 6위인 KIA 나지완의 0.958에 비하면 제법 격차가 난다. 손아섭과 민병헌은 톱10에 들지도 못하며 리그 평균으로 전락했다.
OPS는 차치하더라도 KBO리그 외야수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포지션 조정 포함)인 ‘WAA with ADJ(WAA)’는 지난달 31일 오전 기준 각각 -0.039(46위), -0.165(69위), -0.234(74위)를 기록했다. 외야수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인 ‘RNG’ 역시 각각 -0.29(53위), -0.42(58위), -2.30(74위)으로 리그 하위권을 맴돈다. 둘 다 넓은 수비 범위로 소속팀 수비에 기여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 수치가 클수록 팀 기여도가 떨어진다.
롯데 국가대표급 외야수 셋은 겉으로 드러난 수비 지표는 양호하다. 이들은 한 달간 실책이 없고 수비율도 1.000으로 수준급이다. 하지만 이 수비율은 실책이 없으면 1.000 만점이 된다. 실책이 늘어날수록 이 수치는 떨어진다. 현재 리그에서 23명이나 실책이 없음을 고려하면 변별력이 떨어진다. 현재 백업 멤버인 추재현과 허일 등도 수비율은 만점이다.
사실 롯데는 개막을 앞두고 호주 애들레이드 전지훈련과 국내 자체 청백전 등을 통해 전준우를 내야 1루수로 전향시키고 중견수 민병헌을 좌익수로 이동, 유망주 강로한 등에 중견수를 맡겨 미래를 내다보는 그림을 그렸다. 강로한은 수비력과 함께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시즌에 돌입하자 그동안의 과정은 온데간데없이 지난 시즌 그대로 국대급 외야라인으로 원위치했다. 허문회 감독은 개막전을 앞두고 “1군은 육성이 아닌 전쟁이다. 전준우는 아직은 1루수로서 부담이 있는 만큼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외야 수비를 맡겼다”고 이유를 말한 바 있다.
물론 이들이 수비에서 안정감을 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롯데가 겨우내 힘써 육성했던 강로한과 고승민 최민재는 1군에서 자리를 잃고 다시 퓨처스리그로 돌아갔다. 최근 정훈의 부상 이탈로 강로한이 콜업되어 1군에 올라왔지만 백업 멤버의 한계를 절감 중이다. 지난달 키움에서 2 대 1 트레이드로 데려온 추재현 역시 백업 멤버로 1군에 남았다. 성민규 단장은 당시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본 트레이드다”고 밝혔다. 허 감독 역시 오랜 기간 키움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추재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강로한과 추재현이 미래 거인 외야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면서 성장해야 한다. 입단 3년 차 한동희에게는 3루수 기회를 지속해서 부여하면서 외야수 육성엔 인색하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근시안적 운영에 그치며 팀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물론 허 감독이 밝힌 것처럼 성적을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할지라도 현재 국대급 선수들의 수비 지표가 리그 평균 수준 정도라면 유망주에게도 지속적인 기회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허 감독은 올 시즌뿐만 아니라 내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는 전략을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