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 잇단 SNS 지지 메시지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공격수 박종우가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계기는 2012년 런던올림픽이었다. 박종우는 일본과 3, 4위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를 펼쳐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은 데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로 하마터면 동메달을 목에 걸지 못할 뻔했다.
 |
| 3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선수들과 코치진이 훈련장에서 ‘인간(Human)’을 뜻하는 ‘H’ 자를 그리며 무릎을 꿇고 있다. 첼시 트위터 |
스포츠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은 금기로 여겨진다. 특히 축구계는 이 금지 규정을 아주 엄격하게 적용한다. 박종우도 이 규정 탓에 6개월이나 늦게 올림픽 동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FIFA에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미국 흑인 사망으로 인한 항의 시위와 관련해 축구계를 비롯한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 지지 메시지가 잇따르는 가운데 FIFA가 ‘정치적 표현 금지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FIFA는 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각 대회 주관 단체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정하는 축구 규칙을 상식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정치적 표현 금지 규정을 매우 빡빡하게 적용해온 FIFA가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성명 말미에 별도로 자기 명의로 추가 입장을 내고 사망한 흑인 남성을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제이든 산초(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이뤄진 선수들의 세리머니에 대해 처벌이 아니라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와 파더보른의 경기에서 산초는 결승 골을 넣은 뒤 상의를 벗고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Justice for George Floyd)’라는 문구가 적힌 속옷을 드러내 보여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산초에게 곧바로 옐로카드가 주어진 가운데, 독일축구협회는 정치적 표현 금지 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추가 징계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는 3일 구단 트위터를 통해 선수들과 코치진이 훈련장에서 ‘H’ 자를 그리며 무릎을 꿇은 사진을 공개했다. 아스널도 지지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고 리버풀과 뉴캐슬은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은 사진을 공개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경기 중 선수가 무릎을 꿇는 행동이 경기장에서의 ‘정치적 표현’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축구 규칙에 어긋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우리는 매우 상식적으로 사안에 대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