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인지업 줄이고 볼 배합 변화
- 타자 타이밍 교묘하게 빼앗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사진)은 ‘곰의 탈을 쓴 여우’였다. 경기 초반 주 무기인 체인지업이 난타당하자 즉시 볼 배합을 바꿔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류현진의 노련한 게임 운영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샬렌필드에서 열린 2020 MLB 뉴욕 메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다섯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한 류현진은 시즌 4승째와 홈경기 첫 승리를 챙겼다.
이날 메츠 타자들은 류현진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을 철저하게 대비한 모습이었다. 1회 초 세 개의 안타 중 두 개가 체인지업을 노린 안타였다. 8피안타 중에 체인지업으로 네 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결국 1회 초 한 점을 내준 류현진은 벤치에서 상대 타자 성향을 분석했고 2회 초부터 다른 볼 배합을 내세우는 영리함을 보였다.
그래도 메츠 타자들은 2회 초 류현진을 두들겼다. 선두타자 피트 알론소가 3루수 앞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아메드 로사리오에게 시속 144㎞ 직구를 던져 2루수 앞 병살타로 요리하며 주자를 지웠다. 2사 후엔 브랜던 니모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로빈슨 치리노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3회 초에도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4회 초 특유의 탈삼진 능력을 선보였다. 선두 타자 스미스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후속타자 알론소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로사리오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쓰리 볼에서 바깥쪽에 빠른 공 세 개를 연속해서 던져 루킹 삼진을 끌어냈다. 후속 타자 치리노스마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5회 초와 6회 초는 나란히 삼자범퇴로 매조졌다.
이날 승리의 비결은 투구 패턴의 변화다. 올 시즌 류현진은 체인지업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미국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체인지업 비중은 지난해 27.3%에서 올해 29.4%로 상승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전체 투구 수 92개 중에서 체인지업은 12개로 구사 비율은 13.0%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1회 초가 끝난 뒤 체인지업을 과감하게 제쳐두고 패스트볼에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여우 피칭’으로 메츠 타자를 농락했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이날 헛스윙률이 21.4%밖에 되지 않았지만 커터는 무려 40%에 이르렀다. 극단적으로 바꾼 투구 패턴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4회 초 1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특유의 제구력으로 연속 삼진을 잡은 건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