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L, 구단 연고지 정착 의무화
- kt 단장 공식 입장 밝히기 꺼려
- 지자체도 구단 지원 않고 뒷짐만
부산을 연고로 하는 남자 프로농구팀은 연고지 이전과 모기업 부도 등 모진 풍파를 견뎌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1982년 원년 창단멤버로 39년째 우직하게 부산에서 팬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프로농구도 최근 팬 사랑을 회복하고자 뒤늦게나마 연고제 완전 정착을 선언했지만, 부산 kt 소닉붐은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지역 농구 팬의 우려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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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 구단 관계자가 시즌을 앞두고 사직체육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부산 kt 소닉붐 구단 고위 관계자는 최근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6개월 만에 찾은 사직체육관에서 지역 연고제 정착과 관련, 부산시와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역 구단의 연고지 정착이라는 KBL 계획에 따라 지난달 부산시와 처음 접촉했다. 앞으로 산적한 난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측의 두 번째 만남은 기약이 없다.
그동안 kt는 모기업이 여러 차례 바뀌는 와중에도 17시즌째 부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뛰지만, 실제 연고지는 부산이라 할 수 없다. 선수와 감독은 집이 있는 서울이나 수원 등지에 정주하며 홈 경기를 앞둔 며칠 전에야 부산을 찾는다. 부산에 와서 경기만 하고 다시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다. 한국프로농구(KBL)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kt의 시즌별 총관중수는 2011-2012시즌 14만4584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고, 2014-2015시즌 5만 명대로 급감한 후 다섯 시즌 동안 7만 명 안팎을 유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kt는 구단의 연고제 정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 지역 농구계가 실망스러워한다. 구단의 수장인 최현준 단장 역시 공식적으로 나서길 꺼린다. 구단 측은 “기한이 아직 2년 넘게 남아 연고지 정착 문제는 지금부터 풀 예정”이라면서 “현재 시즌을 치르고 있는 만큼 전면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럽다. 부산시와 이해관계 역시 얽혀 있어 추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전했다.
사실 kt 구단이 연고지 이전에 소극적인 데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kt는 부산 사직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프로농구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비싼 경기장 대관료를 지불하지만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구단이 낙후된 체육관 개·보수를 비롯, 시즌 경기 일정조차 하나부터 열까지 부산시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는 kt 연고지 정착에 힘을 보태야 하지만 별다른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 한 농구계 인사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kt가 연고지를 수원으로 이전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구단이 수도권에 몰리면 지역 농구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전용체육관 부지는 감만동이나 당감동 철도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 KBL 계획을 수용해 지역에 뿌리내리는 게 급선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L은 2018-2019시즌부터 5년 내 연고지로 구단 사무국을 이전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창원 LG 세이커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 챔피언스파크 생활을 마감하고 창원으로 구단 사무국을 완전히 이전해 kt와 대비된다. LG는 이전 비용과 리모델링 등에 20억 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kt는 자의든 타의든 2022-2023시즌이 끝난 후 KBL 규정에 따라 연고 지역에 정착해야 한다. 부산시의 무관심한 태도에 자존심이 구겨질 법도 하지만 팬의 사랑을 먹고사는 스포츠 팀이라면 폭 넓게 생각해 봐야 한다. 적어도 지역 팬이 연고팀의 이전과 관련해서는 불안해하지 않고 마음 놓고 응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