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단장 파격 인사로 눈길
- 선수 활용 등 번번이 엇박자
- 소통 못하면 가을야구 요원
올해 롯데 자이언츠는 새 감독과 새 단장 체제로 출사표를 던졌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인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였다. 파격인사였다. ‘초보 커플’이 어떤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켜 지난해 최하위 수모를 겪은 롯데를 부활시킬지 팬들의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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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중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허문회 감독. 연합뉴스 |
그렇지만 이 관계는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성 단장이 주전 포수로 활용할 것을 기대해 트레이드로 야심 차게 영입한 지성준을 허 감독은 “1군 벤치에 앉아있는 것보다 2군에서 더 많이 뛰었으면 한다”며 제외했다. 지성준은 주로 2군에만 머물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롯데로선 귀한 선발투수 자원인 장시환만 내준 셈이 됐다. 장시환은 한화 이글스에서 132⅔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웨이버 공시를 기사로 알았다”(10월 8일) “현장과 프런트의 역할이 정립돼야 한다”(10월 10일) “구단은 감독과 코치를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10월 21일) 등의 허 감독의 불만성 직설이 쏟아져 나와 구단과 감독 간 내분이 표면화된 게 아니냐는 팬들의 걱정을 샀다. 초반 잘 나갔던 롯데의 경기력은 이런 잡음 때문인지 지난 8월 이후로 시들해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야구계는 “MLB 시스템에 익숙한 성 단장과 토종야구에 익숙한 허 감독이 낼 수밖에 없었던 불협화음”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프런트가 로스터(1군에 등록되는 선수 수)·트레이드·스카우트 등 전력 강화와 중장기적 육성·성장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감독은 1군 경기 선수 기용과 작전 운용을 맡는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이 어느 정도 명확히 나뉘어 있다. 그렇지만 그간 국내 프로야구 상황은 경계가 모호했다. 감독이 사실상 단장 역할을 겸하는가 하면, 프런트가 작전 운용까지 간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MLB가 단장과 감독 역할을 나눴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 둘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감독 입장에 자신이 구상하는 야구를 펼치려면 그에 맞는 선수를 들이고 육성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그렇지만 자원은 제한됐고 이적시장에도 쓸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단장으로 대표되는 프런트는 제한된 돈으로 최적의 자원을 구해와야 한다. 역할 구분과 소통이 동시에 이뤄져야 이기는 팀이 될 수 있다. MLB를 언급했지만 그들의 전통은 15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다르다.
한국 야구계가 허 감독의 발언을 프런트에 대한 요구가 아닌 ‘갈등’으로 풀이한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허 감독의 언론 대응이 미숙한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거친 방식으로 구단에 요구한 건데 이게 부풀려져서 갈등으로 확대 재생산됐고, 팀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프런트와 감독이 조화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팬들이 고대하는 가을야구와 우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이 섞이지 못하면 잘 나가던 구단도 수렁에 빠진다. 손혁 키움 전 감독은 정규리그 종료를 한 달도 안 남긴 지난달 8일 팀이 3위를 달리던 중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이라 뒷말이 무성했다. 이를 두고 허민 구단 이사회 의장의 간섭에 대한 반발 또는 압력에 의한 사실상 경질이라는 소문도 나왔다. 결국 키움은 시즌 5위로 마감, 지난 2일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전에서 패해 팬들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