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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불모지서 꿈나무 육성 박정태 “인생 역전홈런 기대하세요”

국내 첫 야구 전문 회사 만들고 밀양서 클럽 운영 ‘제2의 인생’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11-23 20:07:5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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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남·대구 돌며 선수 발굴
- 초·중·고·대학 팀 운영 준비 한창
- 운영비 빠듯하지만 큰 보람 느껴
- “기본기와 생각하는 야구 했으면”

타석에 선 그가 방망이를 흔들흔들하며 투수를 매섭게 노려본다. 눈빛과 동작에서 ‘치고야 말겠다’ ‘못 치더라도 투수를 괴롭히겠다’는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찬스에서 헛방망이질을 하면 쇠기둥에 머리를 박는가 하면, 안타를 치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다. 팬들은 그가 투수와 승부를 벌였던 한 타석 한 타석을 보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꼈다. 그의 근성은 팀에도 녹아들어, 선수들은 절박하고 치열한 ‘근성의 야구’를 선보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심장이자 부산 야구의 상징 박정태(51). 프로에 데뷔한 1991년부터 은퇴한 2004년까지 롯데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역대 2루수 최다 골든글러브(5회)를 수상한 ‘레전드’다. 1992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1999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의 주역으로 팬들은 그를 통해 부산 야구가 활활 타올랐던 시절을 떠올린다.
23일 경남 밀양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아이엠제이티 박정태 이사장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새로운 클럽야구 선보이고파”

현재 박정태는 경남 밀양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일궈 팬들에게 선사할 또 다른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그는 그의 이름을 딴 야구 전문회사 ‘아이엠제이티’를 만들어 야구 불모지인 밀양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이어지는 야구단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직함도 감독이 아닌 이사장이다. 꿈나무들에게 야구를 전문적으로 가르쳐 새로운 클럽 야구를 국내에 선보이자는 취지다. ‘아이엠제이티’가 운영하는 야구 클럽에는 야구부 학부모회장과 총무가 없다. 회사에서 파견한 감독은 아이들 지도에만 집중하고, 학부모를 상대할 전담 직원은 따로뒀다. 감독은 아이를 가르치는 데만 집중한다.

박 이사장은 학교가 아닌 선수 개개인이 중심인 클럽형 야구단을 보여주고 싶었다. “재능은 충분하지만 기존 학교 야구부 시스템에서는 성장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꽤 있다. 특히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많은 학생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나도 고생스럽게 야구를 했는데 다행히 훌륭한 은사님이 도와주셔서 프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그분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학생들에게 다시 베풀고 싶다. 또 훌륭한 선수가 더 많이 나와야 한국 야구가 성장한다.”

그는 요즘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를 찾아 부산·대구·경남 등을 다니며 하나둘 모은다. 이렇게 모여 클럽에 속한 학생들은 ‘아이엠제이티’와 연계된 초중고에서 수업을 마친 뒤 밀양스포츠센터에 모여 훈련한다. 중학생 3명으로 시작해 올해 중학교에 15명이, 내년에 19명이 새로 입단할 예정이다. 고교선수도 15명이 들어온다. 현재 동강중 야구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년제 대학 팀을 창단할 예정이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코치진이 모두 모여 고민하고 결정한다. 이렇게 하니 선수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클럽이 시작된 지 1년 반 정도밖에 안 돼 중학생 팀이 아직 1학년 중심인데, 이들이 성장하는 내년이나 내후년 돌풍을 일으킬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이런 새로운 클럽 시스템이 국내에 안착할 것이다.”

매월 초등학생 50만 원, 중학생 60만 원의 회비와 식비 외에 다른 비용은 받지 않는다. 박 이사장의 지도관은 기본기와 ‘생각하는 야구’다. “야구는 상황마다 순간 변수가 수도 없이 나온다. 선수가 감독이나 코치가 내린 작전만 따라서는 이길 수 없다. 마운드나 타석에 오르면 일대일 싸움이고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데, 선수가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 야구를 하다 보니 스스로 경기를 풀어낼 능력이 부족해졌다. 클럽에 소속된 선수들이 기본기는 물론 ‘승리의 방식’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려 한다.”

■“학생들 키우다보니 나도 컸다”

박 이사장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구단을 운영하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스스로도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롯데에서 1군 타격코치와 2군 감독 등을 했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프로야구팀 1군 감독은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런트·선수·팬·언론을 동시에 살필 수 있어야 하는데, 회사를 운영하면서 못 봤던 게 보였다.”

그는 이번 시즌 국제신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롯데 편파 방송-아, 넘어가나요’를 중계했다. “국제신문 유튜브 중계를 하며 선수·코치 관점이 아닌 큰 틀에서 경기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됐다. 롯데 야구의 부족한 점도 더러 보였다. 전략을 상대에 따라 달리 준비해야 한다. 상대가 주자를 하나라도 더 보내고 실점을 최소로 하는 ‘짠물야구’를 하면 맞불을 놓아야 한다. 그런데 휘두르는 야구만 하다 보니 이길 때는 시원하게 이겨도, 승부처에서는 아깝게 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허문회 감독은 승부욕이 강하고 명석한 사람이라 내년 시즌을 기대해볼 만하다.”

해마다 롯데 감독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박 이사장은 롯데 선수들에게 근성의 야구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롯데의 승리에 생계가 걸려있는 자영업자가 정말 많다. 다음 시즌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메경기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 그러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권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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