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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섣부른 기용 선수 망쳐…신구 조화 이뤄야 좋은 팀”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11-30 20:07:2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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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임 후 팀 내부 결속에 집중
- 올 시즌 베테랑 성적 떨어져도
- 라인 유지해 ‘주전 야구’ 비판
- 팀 간판 이대호와 재계약 희망

내년에는 롯데 자이언츠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해 ‘믿고 보는 허문회 2년 차’라는 새로운 표현이 나올 수 있을까? 지난해 말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올해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거침이 없었던 그의 화법은 감독과 프런트 간의 불화설로 엉뚱하게 불똥이 튀었고, 시즌이 끝나고 한때 경질설도 돌았다. 정작 롯데 구단은 경질을 고려한 적이 없었다. 본지는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초보감독’ 딱지를 뗀 그를 만나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고 다음 시즌 구상을 들어봤다.
30일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에서 만난 허문회 감독은 다음 시즌에 더 강하고 즐거운 롯데 야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출발 좋았지만, 유지 못 해 아쉬워”

그는 올해 팀 내부 결속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허 감독은 “팀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9위와도 적지 않은 격차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던 탓으로 보인다”고 떠올렸다. 이어 “선수들과 더 친밀해졌으면 좋겠다 싶어서 소통에 중점을 두고, 가능하면 이야기를 자주 나누려고 했다. 선수들이 처음 한두 달은 ‘새 감독이 와서 저러나 보다. 저러다 말겠지’라며 경계를 풀지 않는 듯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안타까웠던 점도 많았다. “시즌 초반에는 연승을 달리며 참 좋았다. 팀 분위기도 좋고 경기내용도 괜찮았다. 시즌이 이어지면서 주변에서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런저런 주문이 들어왔고 조금 흔들렸다. 사실 옷을 살 때도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사야 애착이 생기고 자주 입게 된다. 그런데 옷을 고르는 중에 옆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흔들면 마음에 드는 옷을 못 사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야구철학 역시 ‘선수가 즐길 수 있는 야구’다. 사실 선수가 승부를 즐기고 집중하지 못하는 스포츠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이를 보는 관중은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야구는 1 대 1 싸움으로 시작하는 경기다. 안타와 범타가 나오는 그 순간은 투수와 타자 중 누가 더 승부처에서 집중했느냐에 따라 갈린다. 집중하려면 선수가 상대와의 승부를 즐겨야 하는데, ‘이렇게 쳐라’ ‘이렇게 던져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선수가 과연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나는 물론 선수들도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하려고 선수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다.”

요즘 화두인 ‘데이터 야구’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도 데이터를 보고 선수를 기용하고, 데이터를 선수에게 보여주며 이런저런 주문을 한다”며 “그렇지만 주어진 데이터를 보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선수와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

■선수가 즐겨야 즐거운 야구 선보여

허 감독은 올 시즌 베테랑을 중용하고 성적이 떨어져도 가능하면 라인업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시즌 내내 ‘주전야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의 선택에 이해가 갔다. “주전을 빼버리면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고, 승리를 포기하는 건 1군 프로팀이 아니다. 사실 1군과 2군 간의 격차가 매우 크다. 2군에서 조금 두각을 나타낸다고 해도 1군에서 제몫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2군 리그를 압도할 정도가 돼야 1군에서 겨우 평균 정도 성적을 낸다.”

그는 1군에서 선수를 육성하려고 하면 되레 망칠 수 있다고 했다. “유망주를 1군 무대에 올려 경기에 내보내면 금방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력이 여물지 못한 선수가 출전했다 그 선수 때문에 경기가 어그러지면, 선수는 자책하거나 패배에 익숙해진다. 선수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주전이 탄탄하게 기둥을 받치고 있어야 이기는 팀이 되고, 여기에 유망주 1, 2명만 경기에 내보내 성장시켜야 ‘신구 조화’가 이뤄진다. 팀이 1년에 유망주 투수 1명 혹은 타자 1명만 1군 선수로 키워내도 성공이다.”

롯데는 올 시즌 유망주 육성에 성공했다. 2018년 입단 후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던 한동희(21)가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낸 투수 이승헌(21)은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시즌 말미에 복귀해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허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는 부정적이지만 이대호와의 재계약은 바라고 있었다. “기둥이 부족한 팀이 급히 기둥을 만들려고 영입하는 게 FA다. 그렇지만 롯데에는 기둥이 될 만한 선수가 많다. 특히 이대호 선수는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어 남아 줬으면 한다.”

허 감독은 내년 시즌 선수들과 팀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는 “잘하면 영웅이 됐고, 못하면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면서 나도 다소 흔들렸고 선수들도 힘들어했다. 올해 7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성적과 무관하게 한 시즌을 보내면서 팀은 하나로 뭉쳐졌다고 자평한다. 내년에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선수와 팬이 함께하고 즐길 수 있는 경기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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