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 사용·증빙 서류 미제출엔
- “관행… 문제 된다면 바로잡겠다”
- 액수 과다 책정 등 사과했지만
- 판공비 둘러싼 논란 계속될 듯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인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가 협회 판공비를 ‘셀프 인상’하고 이를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대호는 “누가 회장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증액됐다”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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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공비 인상 문제로 비판을 받는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이대호가 2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대호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공비 의혹과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 도중 진행된 선수협회 순회 미팅에서 약 2년간 공석이던 회장을 선출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후보로 거론되던 대부분의 선수가 운동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면서 “이에 회장직 선출에 힘을 싣고자 회장 판공비 인상에 대한 의견이 모였다”며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8일 개최된 임시이사회에서 참석 선수 30명 중 과반의 찬성으로 연간 판공비 2400만 원을 6000만 원으로 증액하는 안이 가결됐다. 이대호는 그해 3월 19~21일 진행된 회장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다 보니 회장직을 맡는 것을 모두 꺼리는 상황에서 회장이라는 자리에 앉는 사람을 배려하고 또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모였던 선수들이 제안해 가결된 일”이라며 “다른 선수가 당선됐다면 그 선수가 회장으로 판공비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또한 법인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판공비를 사용한 점과 증빙서류를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선수협회에서는 역대 회장 및 이사진에게 지급되는 비용을 판공비로 명명하기는 했으나 회장·이사진의 보수 및 급여로 분류해 세금공제 후 지급한다”며 “판공비 외에 별도로 지급되는 수당이 전혀 없다. 만약 이 관행이 문제가 된다면 조속히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판공비 액수와 관련해 너무 많이 지급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타에 대해서는 당시 이사회 결의과정에서 좀 더 깊게 생각해야 했다”며 “그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선수협회는 최근 김태현 사무총장의 판공비 현금 지급과 법인카드 개인 사용 의혹에 이어, 회장 이대호의 판공비 문제가 불거지며 내홍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대호와 김 사무총장은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선수협회장은 선수 생활과 협회장 자리를 겸해야 해 선수들이 맡기를 꺼린다. 지난해 이대호가 회장을 맡기 전인 2017년 4월 3일 이호준(현 NC 다이노스 코치) 전 회장이 사퇴한 뒤 협회는 새 회장을 뽑지 못한 채 공석으로 2년을 보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선수들 사이에서 “선수협회장을 꼭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협회 이사들은 “부담스러운 회장 자리를 맡는 선수에게 금전적인 손해라도 덜어주자”며 판공비 인상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판공비를 개인 계좌로 입금하는 것도 허용했다는 것이다. 선수협회 내부에서 판공비를 ‘급여’ 성격으로 봤기 때문에 규정상 선수협회장은 판공비 사용내용을 증빙할 의무는 없다.
이대호의 형 이차호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회장 활동비는 판공비를 매달 초과했다. 현역으로 뛰면서 각종 계약이나 미팅, 보고를 휴식일에 받았다. 이 업무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며 회장직 수행의 고초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판공비와 관련한 논란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2012년 1월 선수협회는 ‘판공비는 반드시 카드로 결제하고, 증빙이 없는 판공비는 부인한다’고 사무총장과 회장의 자금 관련 권한을 규제한 바 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