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논텐더 풀린 선수 기대 이하
- 마이너리거들은 기량 등락 심해

- 마차도·스트레일리 재계약 성공
- 프랑코마저 영입한 롯데는 풍작

한국프로야구(KBO) 구단들이 ‘전력의 절반’인 외국인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일찌감치 계약을 모두 마쳐 내년 예감이 좋다.

지난달 5일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한 뒤 이석환 대표이사와 기념 촬영을 하는 딕슨 마차도(왼쪽). 연합뉴스

14일 KBO에 따르면 10개 구단 중 외국인 선수 3명과 계약을 마친 구단은 롯데와 SK 와이번스뿐이다.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 스카우터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에 이적료를 주지 않고 데려올 수 있는 ‘논텐더’ 명단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올해는 괜찮은 선수들이 MLB 구단들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MLB는 팀당 162경기에서 60경기로 올해 시즌을 대폭 축소했다. 마이너리그는 아예 취소됐다. MLB 구단들은 검증이 안 된 마이너리그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기존 선수를 지키는 쪽으로 선수단을 운용하고 있다. 한 스카우터는 “쓸만한 외국인 선수를 뽑아오려고 해도 마땅한 후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논텐더로 풀린 선수들은 정말 실력이 떨어지거나, 실력에 비해 연봉이 과도하게 비싸다”고 말했다.

저렴한 몸값에 비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 차고 넘친다고 하지만, 노장과 유망주가 섞인 탓에 선수들 기량이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하거나 떨어진다. 지난해 성적만 보고 에이스급 투수나 거포를 데려오는 건 큰 모험이다.

실력이 검증된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하는 쪽도 여의치 않다. kt 위즈는 2020시즌 KBO 최우수선수(MVP)인 멜 로하스 주니어를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kt는 2년간 400만 달러 정도의 역대 외국인 타자 최고액을 로하스에게 제시했지만, 한신은 2년간 500만 달러와 인센티브 50만 달러 등 총액 550만 달러를 내걸었다. ‘머니 게임’에서 밀린 셈이다.

두산도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를 내줘야 한다. 2020시즌 KBO 최고 투수인 알칸타라 역시 한신행이 유력하다. 크리스 플렉센은 MLB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보장 475만 달러에 계약했다.

외국인 선수는 카드로 치면 ‘조커’에 해당한다. 스카우터들은 외국인 선수 3명이 팀 전력 중 최소 30%를 차지한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이들의 영입 성공 여부가 한 시즌 판도를 좌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영입전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SK도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을 총액 115만 달러에 붙잡고, 새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100만 달러)와 아티 르위키(75만 달러)를 들였지만 롯데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1+1년 총 145만 달러(16억3000만 원)에 일찌감치 재계약한 데 이어,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인센티브 50만 달러를 포함한 총액 17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마쳤다. 연봉 50만 달러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 엔더슨 프랑코도 안정된 제구와 시속 150㎞가 넘는 패스트볼을 장착해 한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갖췄다는 평가는 받는다. 다른 구단도 프랑코를 영입하려 했지만, 시즌 중에 그를 리스트에 올려둔 롯데가 한발 빨랐다.

다음 시즌 개막이 4개월가량 남아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롯데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