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두에 5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
- 18번 홀 내리막 버디로 종지부
- KLPGA 데뷔 후 2승이 전부
- 랭킹 94위로 첫 출전해 퀸 등극
한국 여자골프의 장타왕 김아림이 US여자오픈에서 펼친 막판 대역전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드라마였다. 그렇지만 그는 ‘무조건 핀만 본다’며 장타에 이은 버디를 노렸고, 이 작전은 성공해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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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김아림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그는 막판 대역전극을 펼쳐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준우승한 고진영(한국)과 에이미 올슨(미국)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연합뉴스 |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김아림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렇지만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간) 최종 라운드 5번(파5), 6번(파4), 8번 홀(파3) 버디로 타수를 줄이며 대역전의 기반을 만들었다. 10번(파4), 11번 홀(파4) 연속 보기로 다소 흔들렸다.
그러나 곧 ‘김아림 극장’이 펼쳐졌다. 16∼18번 3개 홀에서 폭풍 같은 연속 버디를 몰아쳤다. 16번 홀(파3) 1m 버디로 선두 에이미 올슨(미국)에 1타 차로 따라붙었고, 17번 홀(파4)에서는 한 뼘의 탭인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는 3m 내리막 버디로 1타 차 선두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1타 차로 추격하던 올슨이 16번 홀(파3)에서 보기를 적어내 김아림의 우승은 더 가까워졌다. 올슨은 17번 홀(파4)에서 벙커샷으로 파를 지켰지만, 18번 홀(파4)에서 이글을 잡아야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김아림은 경쟁자의 18번 홀 두 번째 샷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올슨이 때린 공은 홀에서 4m 떨어진 곳에 멈췄고, 김아림의 우승이 확정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이정은과 김지영이 달려와 샴페인을 뿌려줬다.
3년간 2부 투어에서 뛰었던 김아림은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올해까지 5년 동안 2차례 우승을 거뒀지만, 결코 최고 선수는 아니었다. 같은 또래인 고진영, 김민선, 백규정이 잘나갈 때 2부 투어 소속이었다. 데뷔 3년째인 2018년에 첫 우승을 하고 지난해 2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이번 대회 전까지 우승하지 못했다. 마무리와 위기관리 능력이 장타력만큼 빼어나지 못했던 탓이다.
그렇지만 다른 대회보다 전장이 더 길고 그린이 빠른 US여자오픈에서 김아림의 장타력과 탄도 높은 아이언샷은 스코어로 이어졌다. 16∼18번 홀 3연속 버디는 그의 장타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16번 홀(파3·178야드)의 경우, 웬만한 선수는 다 하이브리드를 잡지만 김아림은 5번 아이언으로 홀을 직접 겨냥해 1m 거리에 붙였다. 400야드에 육박하는 17번 홀(파4)에서는 8번 아이언, 18번 홀(파4)에서는 48도 웨지로 두 번째 샷을 날렸다.
그는 경기 후 “오늘 티박스가 앞당겨진 걸 보고, 자신이 생겼다. 무조건 핀을 보고 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단숨에 메이저 여왕이 된 김아림은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얻었고, 내년부터 5년 동안 LPGA투어에서 뛸 자격을 받았다. US여자오픈에는 10년 동안 출전할 수 있다. 세계랭킹도 지난주 94위보다 64계단이나 오른 30위에 랭크됐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