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 원정·도시락 끼니 해결 등
- 열악한 상황서도 단 1패만 기록
- 24일 기장서 챔프 결정전 나서

“(다른 팀과 달리) 방역수칙을 지키려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일군 성과입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기쁩니다.”

20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 마지막 2게임을 앞둔 지난 4일 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이 홈구장인 기장체육관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자축하며 통합챔피언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이 7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3라운드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34 대 31로 승리했다. 리그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19승 1무 1패 승점 39점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단 한 번의 패배. 압도적인 승리였다. 강재원 감독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19승을 일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시설공단은 무척 고된 상황 속에서 리그 일정을 치렀다. 협회 측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로 중립 경기장을 충북 청주 SK호크스 아레나로 정해 이곳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홈구장인 기장체육관에서 치러진 경기는 지난 5일과 7일, 단 2게임에 불과했다. 리그가 진행되는 3개월 내내 원정경기만을 뛴 셈이다.

강재원 감독은 전승을 못 한 점은 두고두고 안타깝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19일 삼척시청과의 경기에서 24 대 30으로 패했다. 그는 “이전 게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연승을 이어가다 방심한 면이 있었다. 왼손 공격수가 부상으로 빠지다 보니 공격 루트가 단순해진 점도 한 원인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렇지만 일주일 후에 열린 삼척시청과의 경기에서는 28대 16으로 이기며 ‘절대강자’의 면모를 뽐냈다.

강 감독은 1980, 1990년대 유럽 무대를 휘어잡았던 핸드볼 월드스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의 은메달을 이끈 이후 독일과 스위스 리그에서 10년 넘게 선수로 뛰며 리그를 평정했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경험한 덕에 한국에서 가장 앞선 핸드볼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도 유럽처럼 전반과 후반을 각각 책임지는 A팀과 B팀으로 나눠 운영한다. 그는 “선수 체력 관리를 해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팬들도 빠른 템포의 경기를 즐길 수 있다”며 “시설공단의 경기를 본다면 다른 팀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수비에 이은 전광석화 같은 역습은 시설공단만의 전매특허다.

센터백 이미경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27득점을 올렸다. 리그에서는 전체 5위다. 팀을 두 개로 나눠 운용하다 보니 그는 30분만 경기를 뛴다. 50~60분을 뛰는 다른 팀 핵심 선수들과 비교해 개인기록을 내기 불리한 상황에도 리그 5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미경은 “지난 시즌은 코로나19로 리그가 중간에 끝나 2위로 마감해 무척 아쉬웠다. 개인기록은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챔피언결정전도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골키퍼 주희는 무릎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전체 선수 중 방어율 40%로 2위에 올랐다. 그는 “부상으로 지난 시즌에는 경기를 뛰지 못했다. 올해에는 팀에 해가 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무사히 리그를 끝냈고 리그 우승이라는 결과까지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은 2018-2019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리그와 챔피언전을 모두 이기는 통합우승을 노린다. 플레이오프에서 이긴 팀과 3전 2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데, 3위 SK와 4위 광주도시공사가 준플레이오프를 먼저 치르고, 이긴 팀은 2위 삼척시청과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된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오는 24일 기장체육관에서 진행된다. 강 감독은 “리그 후반기에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고전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충분히 휴식기를 보내는 만큼 이길 자신이 있다”며 “챔피언결정전도 승리해 통합우승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