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방출 대상에 올랐지만
- 작년 11홈런 58타점으로 회생
- 중견수비 가능하고 타율도 높아
- 시즌 앞두고 체력 관리에 집중

“지난해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성취감이 컸습니다. 올해는 더 좋은 활약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 정훈(사진)은 9일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사직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하다 캠프가 열리기 직전에 가벼운 중이염을 앓았던 탓이다.

올해 34세인 정훈은 지난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44경기 중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5 11홈런 58타점 11도루를 기록했다.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으며 득점권 타율은 0.357에 달해 팀 내 1위다. 전년도에는 타율 0.226 2홈런 17타점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겨 방출 대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1년 만에 전혀 다른 선수가 된 셈이다. 이 덕에 연봉도 64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스윙폼을 바꾸거나 특별한 수술을 한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야구를 대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이전에는 경기장에서만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 기복이 심했다. 훈련하고 쉬다가 시합하면 끝이었다. 그러다 ‘더 보여 주지 못하면 프로에서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는 시간에도 야구를 잘할 수 있도록 잘 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등 생활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그렇게 하니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떠올렸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훈련 전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해에는 중견수 민병헌의 백업으로 기용되다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올해에도 민병헌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점쳐진다. 중견수비가 가능하고 3할에 근접한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는 장타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라성 같은 후배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정훈은 “주전 자리는 내주고 싶지 않다. 선수는 결국 시합을 뛰어야 하는 존재다. 그렇지만 너무 욕심을 내다보면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한다”고 했다.

그는 원래 내야수로 시작했지만, 2017시즌부터 중견수를 겸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제는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정훈은 “그래도 아직은 내야가 편하다. 외야 수비를 해보기 전에는 ‘저 공 정도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외야에선 워낙 타구가 변화무쌍하게 오다 보니 수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뛰어올라서 공을 잡아야 하는 때를 놓쳐서 못 잡은 공이 좀 있었다. 수비 연습을 많이 해야 할 듯하다”고 했다.

정훈은 독특한 어퍼 스윙으로 유명하다. 팬들도 얼굴보다는 타격 폼으로 그를 더 잘 알아볼 정도다. 그는 “헛스윙이나 파울이 잦고 빠른 공을 치는 데도 불리한 자세다. 타격이 풀리지 않아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과도 좋지 않았고, 이제 바꾸기는 힘들다”며 “폼을 유지하되 ‘짧고 날카롭게 치자’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며 장점을 극대화하려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 노장인 그는 체력 관리에 중점을 두고 올 시즌을 준비한다. 지난해 전반기 때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 6홈런 30타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9 5홈런 28타점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정훈은 “시즌 후반이 되니까 힘이 달린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경기를 뛰기 때문에 신체적인 체력과 ‘시즌 체력’은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했다”며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