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뜬 마음 차분하게 보내기 다짐
- “시즌 중 휴일처럼 보내겠다”
국내 프로 야구와 축구 선수들은 설 명절 때면 늘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딴 나라 사람이 된다. 보통 1, 2월 해외에 마련된 스프링캠캠프에 참가하느라 가족과 함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과 영상통화로 인사를 나누고 동료 선수들과 차례를 지내기는 하지만 일반 직장인이 보내는 설날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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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주루 훈련을 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오는 12~14일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낸다. 합숙 중인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나와 가정에서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대부분 고교 선수 시절 이후 처음이다. 나머지 구단이 12일 설날 당일을 제외하면 훈련을 소화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허문회 감독이 “기본적으로 야구장에 나올 때 머리가 깨끗해야 한다. 가족과 지내며 충전하라”며 선수에게 휴가를 허용한 덕분이다. 10일 부산 사직구장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허 감독은 “야구를 시작하고 설 연휴 기간 쉬는 건 처음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명절에 가족 중 한 사람으로 지낸 적이 없어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가족과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프로라 그간 훈련으로 다진 감각이 연휴라고 해서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개막전(오는 4월 3일)까지 시간도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선수는 “가족과 보내는 건 좋지만 명절은 남자에게도 힘든 날이라는데 걱정스럽다”며 ‘앓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근 새신랑이 된,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나균안과 투수 서준원은 약간은 들뜬 모습이었다. 둘은 같은 날(지난해 12월 12일) 부산 사직구장 근처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했다. 모두 오랜 연애 끝에 연상인 신부를 맞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균안은 “보통 결혼식을 올린 다음 명절에는 양가에 인사를 다니느라 바쁘다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가능하면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둘이 이처럼 오랜 시간을 보낸 적이 잘 없었고 특히 명절에는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투수로 보직을 바꿔 김해 상동구장에서 맹훈련 중이다. 나균안은 “구속보다는 제구에 강점이 있다. 포수를 해봤기 때문에 타자를 공략하거나 볼 배합을 하는 데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신혼이라 합숙을 해 아쉬웠다는 서준원은 이번에 알콩달콩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는 “고교 진학 이후 한 번도 설날을 가족과 보내지 못했다”며 “결혼하면 특히 첫해에는 명절 때 바쁘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어른들에게 인사드리는 건 자제하려 한다. 다만 아내가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줘서 체중 관리에 실패할까 걱정”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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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오후 포항 스틸러스와 연습경기를 하는 부산 아이파크. 부산 아이파크 제공 |
프로축구단 부산 아이파크도 올해는 전지훈련을 부산 홈구장(강서체육공원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하다 보니 설 연휴에는 특별휴가를 시행한다. 팀은 11일 오전까지 동계훈련을 진행한 뒤 선수들에게 사흘간 휴식기를 준다. 지난해에는 태국 치앙마이(1월 15일~2월 2일)에서, 2019년에는 제주(1월 14일~2월 7일)에서 동계훈련을 했는데, 훈련기간 중 설 명절이 끼어 있어 선수, 코치진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감염병이라는 특수 상황에 가족과 함께 설을 맞이하게 된 선수들은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히 또한 차분히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주장 강민수 선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곳으로는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부산에서 아내, 아이들과 조용하게 휴가를 보낼 작정이다”며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몸 관리에 대해서 특별히 강조하셨다. 평상시 시즌 중 휴일처럼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선정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