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부산서 월드컵 첫 승 기여
- K리그 울산 현대·J리그서 선수
- 고교·대학·프로팀서 지도자 활약
- 암 투병 중에도 ‘투혼 드라마’ 써

부산에서 ‘월드컵 첫 승’ 신화를 창조한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그라운드로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2002년 6월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폴란드의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유상철이 동료 선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날 유상철의 쐐기골로 한국은 폴란드를 2 대 0으로 완파, 월드컵 첫 승 신화를 썼다. 국제신문DB

인천 구단은 유 전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7일 오후 7시께 서울 아산병원에서 타계했다고 8일 밝혔다. 향년 50세. 유 전 감독은 인천 사령탑을 맡던 도중인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유 전 감독은 성인 국가대표로만 124경기에 출전하며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린 한국 축구계의 전설이다. 1994년 울산 현대에 입단한 그는 그해 A매치에도 데뷔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프로 첫해는 수비수로 K리그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됐고, 1998년엔 미드필더, 2002년엔 공격수로 베스트11에 선정될 정도로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1998년엔 K리그 득점왕(15골)까지 차지했다.

국민 뇌리에 유상철이 확실히 각인된 건 1998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 동점골, 2002 한일월드컵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추가골이다. 특히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 때 그가 넣은 쐐기골은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을 견인했다. 48년 월드컵 도전이 마침내 결실을 얻은 감동의 순간을 그가 만든 것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그로 인해 ‘월드컵 첫 승 성지’로 남아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상철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의 주축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다. 이 대회에서 그는 히바우두(브라질), 미하엘 발라크(독일) 등과 대회 올스타 미드필더 부문에 뽑혔다.

한일월드컵 이후 대표팀 주장을 맡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엔 와일드카드로 출전, 8강 진출에 기여했다. 프로 선수로는 울산과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뛰었는데 K리거로는 울산에서만 뛰며 ‘울산맨’으로 통산 142경기 37골 9도움을 남겼고, J리그에선 특히 요코하마에서 4시즌을 뛰며 2003·2004년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은퇴쯤 왼쪽 눈이 거의 실명된 상태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털어놔 ‘투혼’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2006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엔 지도자로서 축구계 발전을 이끌었다. 2009년 춘천기계공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1년 대전 시티즌(현 대전 하나시티즌)을 맡아 프로 사령탑으로 데뷔, 이듬해까지 지휘했다. 2014~2017년 울산대 감독을 맡았다가 2018년 전남 드래곤즈 사령탑으로 프로 무대에 복귀했으나 8개월 만에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19년 5월 인천 유나이티드에 부임했고, 그해 시즌 막바지인 10월 췌장암 진단을 받아 인천은 유상철의 마지막 팀이 됐다. 그는 이곳에서 암과 싸우면서도 벤치를 지키며 팀을 2부 리그 강등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투혼의 ‘드라마’를 썼다. 인천이 2019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경남 FC와 비겨 10위를 확정하며 1부 잔류를 결정지었다. 경기가 치러진 창원축구센터 관중석에는 ‘남은 약속 하나도 꼭 지켜줘’라는 현수막이 걸렸는데, 1부 리그 생존 경쟁에 이어 병마와의 싸움도 이겨내고 돌아오라는 감독을 향한 인천팬들의 응원이었다. 유 전 감독은 “꼭 돌아오겠다”고 화답하며 이듬해 지휘봉을 내려놓고 명예감독으로 물러나 치료에 전념했다. 이후에도 종종 경기장을 방문하거나 방송에 출연하고, 올해 상태가 악화했다는 보도에 적극적으로 반박해 복귀설이 나왔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