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가 5개 있으면 한 체급당 챔피언이 5명이 있어야 돼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WBC 라이트플라이급 전 세계 챔피언 장정구의 말이다. 장 전 챔피언은 한국 복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1980년대 선수로 활동할 때 ‘짱구’라는 애칭로 유명했던 그는 1983년 파나마의 일라리오 사파타를 꺾고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이후 1988년 일본의 오하시 히데유키에게 8라운드 TKO 승을 거두며 15차 방어에 성공한 인물이다.

장 전 챔피언은 한국 복싱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복싱이 몰락했다고 판단한 탓이다. 장 전 챔피언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싱은 못 먹고 못 배운 사람이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현재 프로복싱을 이끄는 나라는 미국인데, (복싱의 인기가 높다고) 미국을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곳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복싱계의 분열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프로복싱 협회가 5개가 있고, 한 체급당 5명의 챔피언이 있습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된 것이죠. 1980년대처럼 하나의 단체로 뭉쳐야 복싱이 부활할 수 있을 겁니다.”

	장정구 전 챔피언이 현 복싱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세영기자

장 전 챔피언은 이날 인터뷰에서 15차 방어전 성공의 원동력을 고 심영자 숭민 프로모션 회장에게 돌렸다. 장 전 챔피언이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할 상황에서 당시 심 회장이 ‘반지를 팔아서라도 돈을 대줄테니 다시 시합을 하자’고 용기를 복돋아 준 덕에 세계챔피언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 전 챔피언은 “15차 방어전은 일본 선수(오하시 히데유키)랑 붙었는데, 일본에 지면 안된다는 국민의 응원도 컸다”며 “선수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장 전 챔피언은 앞으로 장정구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 서구에 조성된 ‘짱구 쉼터’에 복싱 박물관을 만들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 응원이 없었다면 15차 방어전까지 오지도 못했겠죠. 국민께 받았던 사랑을 이제는 돌려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