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궁과 펜싱서 금메달 5개 수확
- 여서정·신재환 체조 전성기 활짝
- 수영 황선우 물살 세계가 화들짝
- 비인기 종목 유망주 발굴은 성과
- 효자종목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
“끝.”(양궁 오진혁이 단체전 마지막 발을 쏘면서 한 말) 지난달 25일 시작된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끝’났다. 성화는 꺼졌고, 한여름 밤의 꿈 같던 짜릿한 승리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지난 17일간 김제덕의 ‘빠이팅’에 힘을 얻었고, 김연경의 ‘해보자 후회 없이’에 용기를 냈으며, 우상혁의 ‘괜찮아’에 위안받았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획득, 종합 16위에 올랐다. 기대(금메달 7개, 종합 순위 10위 내)보다는 저조한 성적이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큰 성과다.
■활·검·총 역시 강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활·검·총이 강함을 입증했다. 양궁에서는 금메달 전체 5개 중 4개를 우리 선수단이 휩쓸면서 독보적 존재감을 보였다. 남자 개인전을 제외하고는 여자 단체전(안산 강채영 장민희)과 개인전(안산), 남자 단체전(오진혁 김우진 김제덕), 혼성전(김제덕 안산)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기록도 낳았다.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은 올림픽 양궁 혼성전 초대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고, 안산은 올림픽 첫 양궁 3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한국 하계 올림픽 역사상 첫 3관왕 영예를 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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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팅’을 외치는 양궁 김제덕. 연합뉴스 |
‘펜싱 강국’도 재차 증명해 보였다. 한국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 금메달 1개, 여자 에페 단체전(최인정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 은메달 1개, 여자 사브르 단체전(김지연 최수연 윤지수 서지연)과 남자 에페 단체전(박상영 권영준 마세건 송재호), 남자 개인전(김정환)에서 동메달 3개를 따내면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금3, 은4, 동1), 프랑스(금2, 은2, 동1)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종주국 프랑스와 비교해 금메달은 1개 적지만 전체 메달 수는 5개로 같을 정도로 대등한 실력을 보여줬다. 금2, 은1, 동3으로 종합 2위에 올랐던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성적이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투지로 기적의 역전승을 여러 차례 일궈내는 장면이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사격은 ‘권총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가 빈손으로 대회를 마쳐 노메달 우려가 컸으나, 여자 25m 권총에서 김민정(24·KB국민은행)이 은메달을 따면서 이번 대회 유일 사격 메달을 안겼다. 금빛 총성은 울리지 못했지만 여자 권총에서 나온 올림픽 메달은 2012년 런던 대회 금메달 김장미 이후 9년 만이어서 더욱더 값지다는 평가를 받았다.
■체조 ·수영 전성기 활짝
지난 1일 여서정(19·수원시청)이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얻어 3위를 차지,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 여홍철(50·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은메달)에 이은 메달로, 이들은 한국 첫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로도 기록됐다. 여서정의 동메달은 한국 체조 전성기의 서막이었다. 다음 날 ‘비밀병기’ 신재환(23·제천시청)이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얻어 2012년 런던 대회 양학선에 이어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 체조는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도마 강국’ 명성을 얻었고, 한국 체조 역대 메달을 금2, 은4, 동5 등 모두 11개로 늘렸다.
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류성현(19·한국체대)이 남자 기계체조 마루운동 결선에서 14.233점을 받아 출전 선수 8명 중 4위를 차지했고, 이윤서(18·서울체고) 역시 여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4개 종목 합계 51.632점을 받아 출전 24명 중 21위에 올라 역대 한국인 선수 최고 순위 타이기록을 내는 등 선전하면서 한국 체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수영에선 황선우(18·서울체고)가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26의 기록으로 8명 중 7위에 자리했으나 150m 구간까지는 줄곧 1위를 유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진 자유형 100m 결승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69년 만의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했다.
■유독 많았던 4위…가능성 확인
올림픽 4위. 메달을 얻지 못한 통한이 서린 비운의 성적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유독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에서 많은 4위가 나와 다음 올림픽을 향한 기대를 키웠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2개 종목에서 4위가 나왔다. 육상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대표적이다.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기록했다. 넘지 못할 것 같았던 세계의 벽에 단 2㎝ 모자란 깜짝 4위였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고 성적이자 한국 신기록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했다.
수영 다이빙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을 비롯해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이 종목 한국 최고 기록을 쓴 한대윤(33·노원구청), 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의 남태윤(23·보은군청) 권은지(19·울진군청), 역도 여자 87㎏급 4위 이선미(21·강원도청), 1㎏ 차이로 동메달을 놓친 역도 남자 67㎏급 한명목(30·경남도청) 등이 ‘한 끗 차’인 4위로 대회를 마감하면서 다음 대회를 기약게 했다. 배드민턴 여자 복식(이소희 신승찬), 남자 탁구 단체전(이상수 정영식 장우진) 등도 4위를 기록했다. 탁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노메달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탁구 신동 신유빈(17·대한항공)이 차세대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잡는 등 성과도 있었다.
■효자종목 ‘내리막길’ 어쩌나
전통적 메달 텃밭이었던 종목에서는 줄줄이 ‘노골드’ 또는 ‘노메달’을 기록, 과제를 남겼다. 태권도는 종주국임에도 은메달 1개(이다빈), 동메달 2개(장준 인교돈)에 그쳐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노골드’ 불명예를 안았다. 유도 역시 은메달 1개(조구함), 동메달 2개(안바울 안창림)로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쳐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1, 동2) 이후 45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레슬링은 1972년 뮌헨 대회 이후 49년 만에 올림픽을 메달 없이 마감해 충격을 줬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금2, 은3, 동1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여자 핸드볼은 3대회(2012년 런던 4위, 2016년 리우 예선 탈락, 2021년 도쿄 8강 탈락) 연속 노메달에 그치며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여자 골프 역시 세계랭킹 2~4위(고진영 박인비 김세영), 6위(김효주)가 총출동했으나 가장 좋은 성적이 공동 9위(고진영 김세영)에 그쳐 2연패는커녕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국기인 야구(4위)와 축구(5위) 역시 큰 실망감을 안기며 쓸쓸히 퇴장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올림픽 종합 순위 |
순위 |
국가 |
메달 |
금 |
은 |
동 |
1 |
미국 |
39 |
41 |
33 |
2 |
중국 |
38 |
32 |
18 |
3 |
일본 |
27 |
14 |
17 |
4 |
영국 |
22 |
21 |
22 |
5 |
ROC(러시아) |
20 |
28 |
23 |
6 |
호주 |
17 |
7 |
22 |
7 |
네덜란드 |
10 |
12 |
14 |
8 |
프랑스 |
10 |
12 |
11 |
9 |
독일 |
10 |
11 |
16 |
10 |
이탈리아 |
10 |
10 |
20 |
16 |
한국 |
6 |
4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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