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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태풍 오는데 경기 강행…KBO 야구 위기 부채질

롯데-kt전 경기 전부터 폭우, 선수들 부상 위험 속에서 뛰어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1-08-24 19:52:5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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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계료 수입 연간 760억 원 달해
- 시즌 소화 위해 노게임 선언 폐지
- 수익에 골몰하는 KBO 여론 싸늘

전국이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권에 있던 지난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가 강행됐다. 코로나19가 아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이 야구의 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지난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t의 경기 중 폭우가 쏟아지자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 방수포로 그라운드를 덮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빗속에 부상 위험 안고 투구·주루

이날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경기 내내 굵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공을 던지느라 애를 먹었다. 롯데가 6 대 2로 강우 콜드승을 거두며 연패를 끊었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경기였다. 경기 중반부가 되자 디딤발을 밟을 마운드가 엉망진창으로 패였다. 균형을 잃지 않고 공을 던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공을 던지다 평소와는 다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어 양 팀 코치진은 경기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타자들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투수들이 미끄러워진 공을 다루다 제구에 실패해 묵직해진 공이 머리로 날아들 수 있다. 베이스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하다 미끄러지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몸을 사리면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고, 긴장감도 떨어졌다. 비로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돼 맥도 끊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충분히 예견됐다. 태풍이 예보된 가운데 부산에는 이날 오전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경기 개시 전에 잠시 멈췄을 뿐이다. 2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4·5회쯤에는 구장 출입구 인근에도 통행이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관중이 모이기라도 했다면 크고 작은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심판진은 방수포를 덮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라운드 상황이 엉망이 된 7회초 에 경기를 중단시킨 후 39분을 기다린 끝에 강우콜드 게임을 선언했다.

전문가는 물론 팬들이 보기에도 무리한 경기 진행이었다. 배경에는 시즌에 예고된 모든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KBO의 고집이 있었다. KBO는 그동안 ‘방역 스캔들’과 2020도쿄올림픽으로 1개월간 리그를 중단시켰고,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도 속출해 지난 23일까지 82경기가 취소됐다. 경기를 더 미뤘다간 한겨울에 야구를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정규리그 경기 숫자를 축소하는 게 정상이지만 여기엔 돈이 걸려 있다.

■경기 당 1억 원 넘어…포기 못 했다

KBO는 지난해 방송 3사와 2020~2023시즌 4년간 2160억 원(연 540억 원)에 달하는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 전년도에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1100억 원(연 22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76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10개 구단이 한 시즌 동안에 720경기를 치른다고 보면 한 경기에 1억 원이 넘게 걸린 셈이다.

이 때문에 KBO는 어떻게 해서든 올해 예정된 정규리그 720경기를 소화하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 도쿄올림픽 기간 실행위원회를 열고 후반기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연장전을 전격 폐지했다. 선수들과 11월 말까지 한국시리즈를 마치도록 계약해 KBO는 플레이오프를 3전 2승제로 축소했다. 1986년 시작된 플레이오프는 그동안 5전 3승제 혹은 7전 4승제로 운영됐지만 3전 2승제로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부터는 경기를 시작한 뒤 비가 올 경우에도 ‘노게임’이 선언되지 않는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5회 이전에 비가 와서 중단된다면 경기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노게임이 선언되고 해당 경기는 처음부터 시작했지만, 이제는 ‘특별 서스펜디드 규칙’을 적용해 비가 와서 중단된 시점을 그대로 두고 다음 날 해당 시점부터 이어서 경기를 치른다.

연장전에서 즐길 수 있는 긴장감이 사라지고, 시즌의 백미인 ‘가을야구’가 줄어들면 야구를 즐기는 팬만 손해를 본다. 한 야구 전문가는 “구기 종목은 규정과 규칙이 섬세하게 짜이면서 완성된 놀이다. 그런데 KBO와 구단이 이를 너무도 쉽게 바꾼다. 이렇게 하면 스포츠가 완전히 망가진다. 팬이나 선수가 아닌 중계권료만 바라보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24일 오후 6시30분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와 kt 위즈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오는 이 경기는 10월 1일 오후 3시에 같은 장소에서 더블헤더로 열린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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