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계약 늦어지면서 잠도 못 자
- 초조함 속에서 팬 응원에 힘 얻어
- “제 가치 인정해 준 구단에 감사
- 플레이오프 가도록 노력할 것”
“제발 롯데에 남아 달라는 팬들의 쏟아지는 메시지에 뭉클했죠. 야구선수 정훈이 아닌 사람 정훈(사진)으로서도 나쁘지 않게 살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정훈은 자신을 붙잡은 것은 롯데 잔류를 원하는 팬들의 간절한 응원과 목소리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6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마지막 FA 정훈은 지난 5일 원 소속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와 3년 총액 18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초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저는 물론이고 부모님과 처가 식구 모두 잠도 제대로 못자고 걱정해줬습니다. 그럴 때 정말 힘이 됐던 건 많은 팬들의 응원이었습니다.”
롯데 팬들은 정훈의 계약 소식이 알려진 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육성 선수로 시작해 구단에서 방출된 후 아마야구 코치를 하다 프로 팀 주전이 된 그의 인생사는 그 자체로 많은 의미와 감동을 담고 있다. 팬들이 치열한 도전과 좌절을 곁에서 지켜보고, 12시즌 동안 야구장에서 함께 했기에 그를 향한 애정과 관심도 클 수밖에 없었다.
정훈은 “살면서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프로선수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에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나를 아껴주는 팬들이 있는 롯데에 남고 싶었다”며 “매 시즌을 한결 같이 잘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팬들은 항상 나를 응원했다. 이번에도 팬들이 나를 정말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팬들 못지 않게 롯데 구단도 정훈이 필요했다. 손아섭이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상황에서 정훈마저 팀을 떠난다면 올 시즌 롯데의 전력 약화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계약 기간 3년을 보장해준 것 역시 필요성을 인정한 표현이었다.
정훈은 “적지 않은 나이(36세)임에도 구단에서 3년 계약을 받아들여줬다. 옵션(1억5000만 원)도 지난 시즌 성적 정도면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나의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고 손아섭도 떠나 전력 변화가 많다.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급 프랜차이즈 스타는 이대호와 전준우 정훈밖에 남지 않았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정훈은 “(손)아섭이가 보고 싶긴 하겠지만 팀 입장에선 외야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셈”이라며 “주장인 (전)준우 형 뒤에서 후배들을 독려하고 서포트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훈은 “이제는 운동과 병행하면서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우리 팬들이 야구장에서 행복과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올 시즌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내겠다. 팀이 반드시 가을 야구에 진출할 수 있게 돕겠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