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골든 글러브’ 주인공은 결국 결승전이 끝난 뒤에야 가려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 글러브는 아르헨티나의 수문장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에게 돌아갔다. 마르티네스는 모로코의 야신 부누, 크로아티아의 도미니크 리바코비치, 결승전 상대인 프랑스의 위고 요리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황금 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대회에서 ‘인생 역전’을 이뤘다. 그는 2012년 아스널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지만 7년 넘도록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다른 팀에 임대됐다. 28세이던 2020년에서야 애스턴 빌라로 이적하면서 비로소 주전 자리를 꿰찬 ‘늦깎이’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것도 불과 1년 전 일이다. 마르티네스는 지난해 코파아메리카(남미선수권대회)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스콜라니 감독의 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마르티네스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두 골을 내주며 팀이 충격패를 당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충격도 잠시뿐.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앞세운 폴란드와의 3차전에서도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마르티네스는 무엇보다 ‘승부차기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승부차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네덜란드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1, 2번 키커의 슈팅을 막아내 아르헨티나가 4강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승전에서도 프랑스의 두 번째 키커 킹슬레 코망의 슛을 막아내 기세를 올렸다. 3번째 키커 오렐리앙 추아메니가 압박감을 느껴 실축하면서 승부는 갈렸다.
마르티네스는 키 195㎝, 몸무게 90㎏으로 골키퍼로서는 육중한 체구이지만 뛰어난 판단력과 빠른 위치 선정으로 단점을 깔끔하게 메웠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내가 꿈꾸던 것을 해냈다. 동료들에게 의지했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며 눈물을 글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