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선수단 규모 10명 미만
- 불모지 종목서 금맥 캐내
한국 사격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남자 러닝타깃 단체전 2개 종목을 ‘깜짝’ 석권했다. 국내 이 종목 선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불모지’에서 캐낸 금맥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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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혼합 단체전에서 하광철이 조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광철(부산시청) 정유진(청주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AG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혼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대표팀은 총 1116점을 얻어 5개 참가국 중 1위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25일 정상 단체전에서도 이 종목 ‘최강’ 북한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러닝타깃 단체전에 걸린 2개의 금메달을 모두 한국이 차지했다.
대표팀은 이날 고루 활약했다. 먼저 러닝타깃 1인자 정유진이 377점으로 대표팀 최고 점수를 냈다. 하광철과 곽용빈이 각각 373점, 366점을 올렸다. 정유진은 단체전 점수를 반영한 개인전에서 북한의 권광일과 공동 2위에 올라 ‘남북 대결’ 슛오프를 벌인 끝에 1점 차로 아쉽게 패해 동메달에 따냈다. 슛오프는 2발씩 쏴 기록이 높은 쪽이 이기는 방식이다. 정유진은 전날 열린 정상 개인전에서도 슛오프 끝에 3위에 올라 이번 대회에서만 4개(금메달 2개·동메달 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2006년 도하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남자 10m 러닝타깃 부문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수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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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이 종목 금메달을 딴 곽용빈(왼쪽부터) 정유진, 하광철이 시상대에서 메달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특히 하광철은 부산 소속 선수로는 이번 대회 첫 번째 다관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하광철은 부산 유일의 러닝타깃 선수이기도 하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이 종목 선수로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했으나 전역 당시 전국에 러닝타깃 실업팀이 없어 갈 곳을 잃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을 비롯해 전국 3곳에 실업팀이 창단됐고, 하광철은 고향에 팀이 없어 부산으로 내려왔다.
하광철의 강점은 강한 멘털과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다. 그는 이 대회 준비를 위해 매일 5, 6시간씩 사격과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겸했다. 하루에 사용한 실탄만 300~400개에 이른다. 하광철을 지도하는 부산시청 서성동 감독은 “(하)광철이는 멘털이 강하기 때문에 1대1 승부에서 웬만하면 지지 않는다. 크지 않은 키(172㎝)와 다부진 체격도 사격에 안성맞춤”이라며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워낙 좋아 3관왕까지 기대했지만 정상 종목에서 부진했다. 내가 더 아쉬워 광철이에게 쓴소리를 했는데 응원보다 질책을 더 많이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광철은 경기 후 “솔직히 어제 금메달은 깜짝 이벤트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실력으로 우승했다”며 “어제 얻은 자신감이 오늘 경기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러닝타깃은 사냥감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표적을 총에 달린 망원경 등을 통해 맞히는 종목이다. 표적 속도가 일정한 ‘정상’과 무작위로 속도가 달라지는 ‘혼합’으로 세부 종목이 나뉜다. 현재는 표적이 까만 점으로 바뀌었으나, 과거에는 멧돼지 그림이 그려져 있어 ‘러닝보어’로 불렸다. 환경단체에서 멧돼지 그림 사용을 반대하면서 표적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