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트 부상으로 경기 내내 통증
- “그만해도 돼” 엄마의 외침에도
- 투혼으로 천적 꺾고 우승 감동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써내며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신만 바짝 차리자는 생각으로만 뛰었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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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지난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연합뉴스 |
안세영은 지난 7일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 3위 천위페이(중국)를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이날 1세트 도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릎 부상으로 경기를 내주는 듯했지만, 믿기 힘든 투혼을 발휘해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배드민턴 여제 대관식을 치렀다. 이로써 안세영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AG 배드민턴 여자단식을 제패한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앞서 단체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안세영은 이날 시상식이 끝난 후 다리를 절뚝이며 “이보다 뜻깊을 수 있을까요.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 당시) 무릎에서 ‘딱’ 소리가 나서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통증 때문에 힘들었다. 다행히 걸을 정도는 됐는데, 다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꿋꿋이 뛰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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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당한 안세영의 다리에 붕대가 감겨있는 모습. |
이날 경기장을 찾은 안세영의 부모도 딸의 힘든 경기를 지켜보며 애를 태웠다. 안세영은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셔틀콕을 퍼 올리려다 무릎 통증을 느꼈고, 잠시 응급 처치까지 받았다. 이를 본 어머니 이현희(48)씨는 딸을 향해 “그만해도 돼”라고 소리쳤다. 안세영은 “어머니의 외침이 들리지 않았지만, 들렸어도 기권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안세영의 다음 목표는 내년 열리는 파리올림픽 우승이다. 이를 통해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 우승)까지 노린다. 안세영은 앞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미 정상에 올랐다. 안세영은 올해 치른 68차례 대회에서 63승 5패, 승률 92.6%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내년 올림픽에도 시상대 맨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까지도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우승에 힘입어 금메달 2개(여자 단식·단체), 은메달 2개(남자·여자복식), 동메달 3개(여자·혼합 복식) 등 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4개 등 메달 9개를 차지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최대 성과다.